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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yong Julie Sim Jan 12. 2017

#4. 이동 편: 아프리카 여행의 반은 이동

세계일주 가려고 퇴사한 28살 여자 이야기: 34일의 아프리카 캠핑 여행

(뒤죽박죽 순서 죄송합니다... 밀린 아프리카 캠핑 여행 이야기 연재를 먼저 마치고 다음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합니다.)

*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을 육로로만 이동하다 보니, 아프리카 여행의 반, 어쩌면 3분의 2 이상을 트럭에서 보낸다.

이동, 또 이동

캠핑 여행에 최적화된 우리 트럭은 앞에 탁자로도 사용 가능한 냉장고가 있고, 의자가 쭈욱 놓여 있고, 맨 뒤에는 배낭을 보관할 수 있는 철제 사물함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양새이다.      

트럭 안은 24명의 캠핑 동료들과 24명이 저마다 가져온 한 달 동안의 살림살이들로 늘 비좁다. 의자 앞 뒤 간격도 매우 좁아, 남자들은 거의 다리를 구기고 앉아야 한다.      

이렇게 트럭 안에 아무도 없는 건 매우매우 드문 케이스...

*

이동 중에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트럭이 어찌나 흔들리는지 천장에 머리가 부딪칠 정도이다. 좌석 위 사물함에 구겨 넣었던 간식이나 슬리핑백 등이 튕겨 나와 건너편 밑에 앉아 있는 사람 머리를 치는 건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제는 다들 장거리 이동에도, 흔들림에도  너무나 익숙해져서, 그 상태에서도 다들 곤히 잠을 자고, 책을 읽고, 낱말퍼즐 맞추기도 한다.     

트럭이 너무 흔들려 의자가 부러진 적도 있었다는 것...

사정없이 흔들리는 트럭 안은 바람 소리, 의자 삐그덕 거리는 소리, 고장 난 창문이 드르륵드르륵 흔들리는 소리, 오래된 철제 사물함에 달린 자물쇠가 덜그럭 덜그럭 부딪치는 소리로 매우 시끄럽다. 하지만 트럭 안이 너무 흔들리고 너무 시끄럽기에 오히려 진공 상태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창밖을 바라보면서 부스럭부스럭 감자칩 한 봉지를 꺼낸다. ‘감자칩을 한 번에 한 개를 집을까 두 개를 집을까?’라는 지극히 단순한 고민 외에는 그야말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 때리며 감자칩을 집어 먹는 시간이 그렇게 평온하고 행복할 수가 없다.       

하루에 감자칩 2~3 봉지는 먹은 것 같다.

때로는 그렇게 하루 종일 이동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양쪽 창문을 활짝 열고 야생동물을 찾아 게임 드라이브를 가기도 하며, 때로는 국경을 넘으며 비자를 받기도 한다.     


*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중간에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토일렛 브레이크’를 외치면 모두들 참았다는 듯 우르르 트럭에서 내려 여자는 도로 왼쪽 덤불로, 남자는 도로 오른쪽 덤불로 일사불란하게 흩어진다. 각자 마음에 드는 나무나 덤불 뒤에서 후딱 볼일을 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까르르 웃으면서 돌아온다.      

당당한 척 걸어오지만 사실 덤불 다녀 오는 길~

때로는 덤불도 없는 황량한 곳에서 멈춰서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여자는 트럭 뒤, 남자는 트럭 앞에서 볼 일을 보는 것이 규칙이다. 혹여나 그 와중에 도로에 다른 차가 나타나는 불상사가 생기면, 먼저 볼일을 본 사람이 아직 볼일을 보고 있는 사람 앞에 서서 신속하게 가려주는 애틋한 동료애를 보인다.




아프리카 캠핑 여행 이야기

[아프리카 캠핑 여행 #0]프롤로그: 강렬했던 그 순간들

[아프리카 캠핑 여행 #1]샤워 편: 공포의 야외 찬물 샤워 10분    

[아프리카 캠핑 여행 #2]텐트 설치 편: 매일 두 번, 텐트와의 씨름     

[아프리카 캠핑 여행 #3]텐트 찾아가기 편: 내 텐트 찾아 삼만리

[아프리카 캠핑 여행 #4]이동 편: 아프리카 여행의 반은 이동

[아프리카 캠핑 여행 #5]식사 편: 아프리카 캠핑하면서는 무얼 먹나? (업로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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