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가려고 퇴사한 28살 여자 이야기: 34일의 아프리카 캠핑 여행
(뒤죽박죽 순서 죄송합니다... 밀린 아프리카 캠핑 여행 이야기 연재를 먼저 마치고 다음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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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을 육로로만 이동하다 보니, 아프리카 여행의 반, 어쩌면 3분의 2 이상을 트럭에서 보낸다.
캠핑 여행에 최적화된 우리 트럭은 앞에 탁자로도 사용 가능한 냉장고가 있고, 의자가 쭈욱 놓여 있고, 맨 뒤에는 배낭을 보관할 수 있는 철제 사물함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양새이다.
트럭 안은 24명의 캠핑 동료들과 24명이 저마다 가져온 한 달 동안의 살림살이들로 늘 비좁다. 의자 앞 뒤 간격도 매우 좁아, 남자들은 거의 다리를 구기고 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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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에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트럭이 어찌나 흔들리는지 천장에 머리가 부딪칠 정도이다. 좌석 위 사물함에 구겨 넣었던 간식이나 슬리핑백 등이 튕겨 나와 건너편 밑에 앉아 있는 사람 머리를 치는 건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제는 다들 장거리 이동에도, 흔들림에도 너무나 익숙해져서, 그 상태에서도 다들 곤히 잠을 자고, 책을 읽고, 낱말퍼즐 맞추기도 한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트럭 안은 바람 소리, 의자 삐그덕 거리는 소리, 고장 난 창문이 드르륵드르륵 흔들리는 소리, 오래된 철제 사물함에 달린 자물쇠가 덜그럭 덜그럭 부딪치는 소리로 매우 시끄럽다. 하지만 트럭 안이 너무 흔들리고 너무 시끄럽기에 오히려 진공 상태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창밖을 바라보면서 부스럭부스럭 감자칩 한 봉지를 꺼낸다. ‘감자칩을 한 번에 한 개를 집을까 두 개를 집을까?’라는 지극히 단순한 고민 외에는 그야말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 때리며 감자칩을 집어 먹는 시간이 그렇게 평온하고 행복할 수가 없다.
때로는 그렇게 하루 종일 이동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양쪽 창문을 활짝 열고 야생동물을 찾아 게임 드라이브를 가기도 하며, 때로는 국경을 넘으며 비자를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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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중간에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토일렛 브레이크’를 외치면 모두들 참았다는 듯 우르르 트럭에서 내려 여자는 도로 왼쪽 덤불로, 남자는 도로 오른쪽 덤불로 일사불란하게 흩어진다. 각자 마음에 드는 나무나 덤불 뒤에서 후딱 볼일을 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까르르 웃으면서 돌아온다.
때로는 덤불도 없는 황량한 곳에서 멈춰서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여자는 트럭 뒤, 남자는 트럭 앞에서 볼 일을 보는 것이 규칙이다. 혹여나 그 와중에 도로에 다른 차가 나타나는 불상사가 생기면, 먼저 볼일을 본 사람이 아직 볼일을 보고 있는 사람 앞에 서서 신속하게 가려주는 애틋한 동료애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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