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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yong Julie Sim Jan 13. 2017

#5. 식사 편: 캠핑생활 아침&점심 식사 및 설거지

세계일주 가려고 퇴사한 28살 여자 이야기: 34일의 아프리카 캠핑 여행

매일 아침 (주로 새벽 5:30~6:30 사이) 텐트 파우치와 폴 파우치를 다 정리해서 트럭에 넣고 나서, 트럭 앞에 아침을 준비한다.           

양철 접시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식빵 두 쪽을 얹고, 한쪽에는 계란 프라이와 케첩, 다른 한쪽에는 땅콩버터를 바른다. 양철 그릇에는 우유나 요거트를 넣은 시리얼을 담아 캠프파이어 주위 아무 의자에나 걸터앉는다. 꺼져 버린 캠프파이어에 다시 불을 지펴 물을 끓여서 커피도 탄다. 서로 간밤에 새벽 2시쯤 들린 요상한 소리가 코끼리인지, 사자인지, 아니면 누가 코 고는 소리인지 나름대로의 추측을 늘어놓으며 아침을 먹는다. 

 *

아침을 먹고 트럭으로 이동하다가, 점심때가 되면 아무 데나 트럭을 세워 놓는다. 때로는 당나귀가 뛰노는 농장 앞에, 때로는 주유소 앞에, 때로는 도로 한복판에 트럭을 세우고 점심을 준비한다.      

주로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햄이나 소시지를 얹은 뒤, 대충 씻은 손으로 대충 자른 토마토, 오이, 양상추를 넣은 샌드위치나 햄버거를 만들어 간단히 먹는다. 아, 큰 트럭이 한 번 지나가면 고스란히 흙먼지 샌드위치를 먹어야 한다.          

야생 원숭이들이 몰래 다가와 빵을 봉지 째 훔쳐 가는 일도 발생하는데, 그럴 땐 나무 위 높은 곳에 앉아 보란 듯이 빵을 우적우적 씹어 먹는 원숭이들을 노려보면서 빵 없는 샌드위치를 먹어야 한다. 내 밑에 드러누워 너무나 간절한 눈으로 쳐다보는 들개에게 결국 샌드위치 3분의 1을 떼어 주기도 한다.            

*

더러운 것을 잘 못 참는 사람들은 아마 지나치게 자연친화적일 수밖에 없는 캠핑 생활 전체가 지옥처럼 느껴질 테지만, 특히 설거지에 가장 치를 떨 것이다. 

물이 귀한 캠핑 생활에서의 설거지는 다음과 같다.          


커다란 양철 대야 두 개에 물을 받아 놓고 한쪽에만 세제를 넣는다. 세제를 넣은 대야에서 먼저 스펀지로 식기류를 닦고, 그 옆에 있는 대야의 물로 헹궈낸 뒤,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면 설거지 끝이다. 

처음이야 괜찮지만 대 여섯 명 정도 닦다 보면, 온갖 음식물 찌꺼기들로 ‘헹궈내는’ 기능을 해야 하는 두 번째 대야의 물까지 보기 역겨울 정도로 더러워진다. 똑같은 물로 쫄딱쫄딱 24인분의 그릇, 컵, 포크, 나이프, 숟가락을 모두 닦고 나면, 닦기 전 음식물이 묻은 그릇이 오히려 깨끗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설거지를 할 그 귀한 물마저 이렇게 스펀지를 품고 얼어 있기도 하다...
세제도 꽁꽁...

그래도 모두들 더러움도 캠핑 생활의 미덕이라고 생각하며 이내 익숙해져, 그렇게 더러운 물로 닦은 그릇에 담긴 음식을 바닥까지 싹싹 긁어 잘도 먹는다.         

이렇게 뛰려면 잘 먹어야 한다~



아프리카 캠핑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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