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주용 JulieSim Jan 14. 2017

#6. 캠프파이어 편(1): 타르쌈 까띠 슘바이 노르마

세계일주 가려고 퇴사한 28살 여자 이야기: 34일의 아프리카 캠핑 여행

캠핑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캠프파이어다.      

고된 하루 (하루 종일 범퍼카처럼 흔들리는 트럭 안에 앉아 이동만 해서든, 여기저기 숨어 있는 야생 동물 찾느라 온 신경을 집중해서든, 장대비를 맞으며 하이킹을 해서든...) 끝에 캠핑장에 도착하면, 모두들 알아서 맘에 드는 장소를 찾아 열심히 텐트를 친다.      


텐트를 친 후 복작거리는 트럭 앞에 줄 서서 사물함에 있는 배낭까지 꺼내와 텐트로 옮기고 나면, 어느새 트럭 앞에는 우리의 가이드 무노가 준비한 캠프파이어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그렇게, 또 캠핑장의 저녁이 시작된다.      

*

간단하게 때우는 아침과 점심 식사와 달리, 캠핑 생활에서의 저녁 식사는 꽤나 성대하다. 

우리의 가이드이자 요리사인 에디의 지휘 하에 다 같이 아프리카 전통 음식이나 세계 각국 음식을 만드는데, 한정된 재료, 소스와 캠핑도구로만 만들다 보니 사실 그렇게 다양한 맛이 나오기는 힘들다. 하지만 늘 쏟아지는 별을 보며 먹어서인지, 그 어느 끼니 하나 감탄하지 않고 먹은 적이 없었다.      

역시 BBQ가 최고!

비프 굴라쉬, 치킨 볶음밥, 소시지 바비큐, 코울슬러, 당근 샐러드, 그린 샐러드, 매쉬드 포테이토... 거기에다가 ‘1일 1~2병’씩 하는 달콤한 맥주 ‘사바나’까지 곁들이면, 캬아, 정말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다!     

*

캠프파이어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나면, 가끔 누군가가 산타클로스 미소를 지으면서 “짠! (물론 영어로)” 하고 숨겨놨던 마시멜로우 봉지를 꺼내기도 한다. 밥 먹고 나면 달달한 걸 꼭 먹어야 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판타스틱을 외치며 꼬챙이로 쓸 것을 물색한다. 주위에 널린 게 나뭇가지이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중에 가장 길고, 그나마 깨끗해 보이는 나뭇가지를 주워 와서 마시멜로우 몇 개를 꽂는다.      


자고로 마시멜로우는 겉은 갈색 빛을 내며 바삭바삭하고 속은 녹을 듯 말 듯 적당히 몰캉몰캉한 상태를 최상으로 친다. ‘마시멜로우 굽기의 달인’으로 임명된 앤드류는 늘 왼손에 요청받은 꼬챙이 여러 개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팔목의 스윙과 불씨를 조절해 최상의 마시멜로우를 노릇노릇 굽느라 바쁘다.       

*

무노가 알려준 ‘짐바브웨 판 수건 돌리기’ 놀이를 하기도 한다. 

캠프파이어 주위에 둥그렇게 앉아 있다가 한 명이 일어나서 ‘타르쌈 까띠’ 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슘바이 노르마’ (‘사자가 잡아먹으러 온다’는 뜻이라나 뭐라나...) 하면서 맞장구를 쳐주는데, 일어나 있는 사람이 앉아 있는 사람 이름을 부르고 그 사람 자리에 앉으면, 호명된 사람이 일어나서 같은 방식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다음 사람을 호명하는 매우 단순한 놀이다. 

하지만 제 멋대로 박수를 치고, 노래를 부르다 보면, 다들 신명이 나서 나중에는 결국 모두 다 들썩들썩 자리에서 일어나게 된다.      

Photo credit @Jonathan Chen

‘타르쌈 까띠 슘바이 노르마, 타르쌈 까띠 슘바이 노르마...’     


다 같이 흥겹게 춤을 춘다. 

‘스마일’ 입 모양을 한 달이 뜬 까만 아프리카 하늘 아래에서, 밤이 깊어가도록 덩실덩실 춤을 춘다.




아프리카 캠핑 여행 이야기

[아프리카 캠핑 여행 #0]프롤로그: 강렬했던 그 순간들

[아프리카 캠핑 여행 #1]샤워 편: 공포의 야외 찬물 샤워 10분    

[아프리카 캠핑 여행 #2]텐트 설치 편: 매일 두 번, 텐트와의 씨름     

[아프리카 캠핑 여행 #3]텐트 찾아가기 편: 내 텐트 찾아 삼만리

[아프리카 캠핑 여행 #4]이동 편: 아프리카 여행의 반은 이동

[아프리카 캠핑 여행 #5]식사 편: 캠핑생활 아침&점심 식사 및 설거지

아프리카 캠핑 여행 #6캠프파이어 편(1): 타르쌈 까띠 슘바이 노르마

이전 17화 #5. 식사 편: 캠핑생활 아침&점심 식사 및 설거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