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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썸머 Dec 01. 2021

네 잔 주문했는데 여섯 잔이라니요?

음료 플랙스



오늘까지  수업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고 정말 오랜만에 아이가 매일 학교에 간다. 기다렸던 그날이 다가왔지만 좀처럼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은 아마 온 국민이 그럴 것이다. 5000명이 넘는 확진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제 턱 끝까지 가까이 온 코로나, 자가 격리자뿐만 아니라 아는 사람이 확진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코로나 발병 이후 처음이다.


위드 코로나가 되었으니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좋다는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넘쳐났다. 책을 찾아오려고 잠깐 서점에 나갔는데 아울렛에 사람이 가득했다. 교보문고 입구까지 가면서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스쳐갔다. 마스크만 끼었을 뿐, 코로나 이전의 삶과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사실 기다렸다. 조금 좋기도 했다. 외식도 마음껏 하고 싶고, 콧바람도 쐬고 싶고 일상을 즐기고 싶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우려했던 일은 코앞까지 다가와 우리 모두를 긴장하도록 만들었다. 아이의 학원에 학부모 확진자가 나오면서 그 반의 아이도 검사 대상자가 되고, 결국 학원 학생도 확진을 받았다. 그런데 접종을 완료한 교사들은 음성이 나오면 수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안전하다고 믿어야 하지만 불안한 것이 자연스러운 마음이 아닐까?


정해지지 않은 스케줄과 잦은 변동으로 시간 쪼개서 일하며 아이 케어하는 우리에겐 이런 일이  달갑지 않다. 결국 아이의 학원 수업이 줌 수업으로 대체되고, 교재를 가지러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숙제를  해서 가져다 내고, 다시 수업할 교재를 픽업하는 것이다. 오전 내내 골치 아팠던 일을 해치우고, 달달한 커피가 그립던 순간, 아이의 책을 픽업하러 가면서 커피를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음료까지 두 잔을 주문하고 출발하다가 생각해보니 같이 학원 다니는 친구 생각이 났다. 번갈아 라이딩을 하고 있는 우리는 오랜동안 스케줄을 같이 하는 동지다. 그래서 커피와 핫초코를 추가로 주문하려고 음료 두 잔을 더 눌렀는데 이미 주문한 음료를 드라이브 쓰루에서 픽업을 하지 않으면 추가 주문이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스타벅스 매장으로 들어갔다.


두 잔은 이미 DT 픽업으로 주문을 했고, 두 잔을 추가 주문해야겠다고 하며 오더를 했다.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두 잔을 큐알코드로 주문을 했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먼저 주문했던 아이와 나의 음료가 나왔고 나는 추가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지나고 내 닉네임이 불린 것 같아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픽업대에는 4잔의 음료만 포장되어 있었다. 그래서 다시 자리로 와서 대기를 했다. 잠시 후 또 내 이름이 불러졌다. 직원이 ‘닉네임 줄리 님이세요? 주문하신 음료 4잔이 나왔습니다.’ 한다. ‘네? 두 잔은 이미 받았고, 두 잔만 더 받으면 되는데요?’


큐알코드로 생성된 주문에 더블 오더가 되어 각 2잔씩 주문이 되었다고 했다. 스벅 생활 한 두 번인가? 주문할 때 과잉 친절하다 싶을 만큼 더블 체크하는 곳이 스벅이 아니었던가, 분명 추가로 커피 한 잔 + 핫 초콜릿 한 잔이라고 했는데, 이미 드라이브로 두 잔 주문했다고 까지 다 이야기했는데… 돌아오는 말은 ‘큐알코드는 저희가 생성한 게 아니니까요.’ 한다.


와, 정말 주문할 때 원래 제대로 주문되었는지 체크해주는 거 아닌가? 카드에서 자동 결제가 되고, 분명 두 잔 추가 주문한다고 했으니 체크도 안 했던 나도 잘못이지만, 나 몰라라 고객에게 떠넘기는 것도 아니지 않나? (주문을 받는 직원이 앞에서 주문하는 분과도 한 참 걸리고 어색해 보이긴 했지만…)


뒤에 줄줄이 서있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미 나온 음료로 이렇다 저렇다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냥 음료 여섯 잔을 들고 나섰다. 마음의 소리를 밖으로 내뱉고 살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난 여전히 싫은 소리 못하는 극소 심한 인간으로 살고 있다. 뭐 체크 안 한 내 잘못이 클지도 모른다고 되뇌면서 말이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아이의 수업시간이 다 되어 일단 집으로 날아왔다. 아이 친구 맘에게 교재와 음료를 전달하고, 바쁘게 집으로 올라와 준이에게도 음료와 교재를 가져다주었다. ‘언니, 너무 고마워요. 취향저격! 심쿵이에요 뭐예요! 잘 마실게요.’ 어쨌든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자는 마음이 친구 맘에겐 전해졌다. 일단 1차 플랙스 성공


차에 내려가 만져보니 엑스트라로 남은  잔의 음료가 아직 따스하다. 문득 작가님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식어서 맛없기 전에 날아가야지 싶어 부랴부랴 날아갔다. 극강의 추위가 시작된 송 베리아,  식은 커피와  초콜릿을 가져다 드린다고 날아간  때문에 평온하던 일상에 깜짝 방문을 맞이해야 했던 작가님은 바르면 얼굴에 광이 난다는 아이크림을 손에 쥐고 뛰어나오셨다.



사다 달라는 커피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나에게도 ‘다 식었어도 잘 마실게요.’ 하는 따스한 말과 함께 내가 스타벅스 플렉스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작가님 덕분에 오늘 부글부글 할 뻔했던 오더 실수를 즐거운 에피소드로 마감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분께서 충전해주신 뜨끈한 스벅 카드로 애정 하는 분들께 내 맘대로 음료를 선물하며 오늘 스타벅스 플랙스 제대로 했다. 다음엔 절대 큐알코드 주문 안 한다고 다짐하면서 엄한 데다가 화풀이를 해본다. 잘 쓸게요. 작가님, 얼굴에 빛나는 광을 위해!


스타벅스 플랙스 2차도 성공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스타벅스 #나눔 #마음 #응원 #코로나이겨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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