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의 도덕을 넘어 주인의 삶으로
나이가 들 수록 철학이 점점 재미있어진다.
철학을 공부하며 니체의 『도덕의 계보』를 접하게 되었다. 『도덕의 계보』에서 니체는 도덕을 “주인의 도덕”과 “노예의 도덕”으로 나눈다. 이 구분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꽤 큰 충격을 받았다.
기독교인으로서 내가 중심에 두었던 예수님의 가르침을 니체는 ‘노예의 도덕’으로 폄하했기 때문이다. 선량하고 소박하고 배려심 있는 삶을 그는 약하고 지저분하고 자신감 없고 의존적이며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이러한 노예의 도덕이 기독교에 뿌리를 두었고, 이를 혁파하여야 한다는 명목하에 신을 부정한 것이다.
처음 니체의 사상을 접하고는 분노를 느꼈다. 동시에 니체가 예수님의 사상을 너무 단편적이고 피상적으로 해석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상담을 공부하고 회사 생활을 이어가면서, 나는 어느 순간 “주인의 도덕”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깊이 묵상하다 보니, 오히려 그분은 세상에 종속된 노예의 삶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자유와 주체성을 가진 ‘주인의 삶’을 살아가도록 가르치셨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니체에 따르면 주인의 도덕에서는 강함과 자신감, 독립성이 선(善)으로 여겨진다. 반대로 노예의 도덕에서는 그런 특성이 오히려 악(惡)으로 규정된다.
주인의 도덕에서 선이 강함과 화려함, 자신감을 뜻하고 독립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강조한다. 하지만 주인에게 '좋음(Good)'으로 해석되는 도덕이 노예의 도덕에서는 '악(Bad)'가 되어버린다. 주인은 그저 센 척, 사치, 건방짐, 독단적, 허세를 떨 뿐이다.
반대로 노예의 도덕에서는 선량함과 소박함, 배려심 같은 가치가 선으로 간주되지만, 주인의 도덕에서는 같은 상황을 정반대인 약함과 지저분함 자신감 없음과 같은 악으로 해석한다.
사실 이 모든 특성이 이분법적으로 선과 악으로만 나눌 수 없을 것이다. 때로는 선량함의 이미지를 이용해 약함을 숨기기도 하고, 자신감 없음을 배려심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지나친 배려가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강함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만, 그것이 과도하게 드러날 때 센 척과 허세로 비칠 수 있다. 결국 모든 가치에는 양면성이 있으며, 나는 무엇을 Good으로, 무엇을 Bad로 규정할지 늘 되묻게 된다.
니체는 기독교를 노예의 도덕으로만 보았지만, 성경은 전혀 다른 차원을 보여준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단순한 순종이나 종속이 아니라, 진리 안에서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라는 초대였다.
요한복음 8장 32절에서 예수님은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고 하시며 자기 결정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말씀하신다. 일면 주님의 뜻대로 산다는 것이 의존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진리를 알게 된 그 너머의 삶은 더욱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마태복음 5장 14절에서 16절 말씀에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라는 빛의 삶을 살 것을 명하신다.
디모데후서의 말씀도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을 통해 인간의 가장 연약한 감정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딤후 1:7)
이 말씀들은 모두 신앙인이 단순히 ‘노예적’ 순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능력과 자유, 사랑과 절제를 통해 세상 가운데 주체적이고 당당한 ‘주인의 삶’을 살아가도록 초대한다.
니체의 『도덕의 계보』를 통해 나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Good이라 생각하고, 무엇을 Bad라 생각하는가?”
그리고 성경은 분명히 답한다. 예수님 안에서 우리는 더 이상 노예가 아니며, 진리로 자유롭게 된 존재다. 상담을 공부하며, 직장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나는 이 ‘주인의 도덕’을 삶 속에서 실천하고 싶다. 그것은 세상을 지배하는 교만이 아니라, 예수님 안에서 당당히 살아가는 자유와 주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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