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ENFJ다. 사람을 좋아하고, 대화를 좋아하고, 내 이야기에 미소 짓는 그 사람을 사랑했다.
우리는 2009년 푸릇한 대학시절 만났고, 긴긴 연애 끝에 2015년 결혼을 했다. 우리의 예쁜 아이도 품에 안았다.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나는 진심이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공기가 따뜻해지는 사람이라고,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불렀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한없이 무겁고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다.
4월 18일 새벽. 나는 그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내가 사랑한 사람, 내 아이의 아버지, 나와 가정을 함께 만들어가던 남편이 회사 여직원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남편은 말하길, “다시는 느끼지 못할 줄 알았던 감정을 느꼈다”라고 했다.
그 말은, 내 마음에 칼이 되어 꽂혔다.
내가 그렇게 오래 지켜왔던 사랑이, 한순간의 감정에 무너졌다는 그 사실이... 너무도 잔인했다.
나는 무너졌다.
어느 날은 종일 굶었다가, 어느 날은 허기 아닌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음식을 집어삼켰다.
화가 났다. 남편이 너무 밉고, 너무 혐오스러웠다. 그런데 또 그리웠다.
미움과 그리움이 나를 찢었다. 밤마다 숨이 막히고, 아침이면 살아있는 게 버거웠다.
하지만 아이가 나를 붙잡아 주었다.
엄마의 표정이 없다고 말한 아이.
갑자기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보내온 아이.
그 한마디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래, 나는 살아야겠다고,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상담을 신청했고, 정부의 심리지원도 받기로 했다.
학점은행제도 등록했다. 이제 곧 수업이 시작된다.
작은 걸음이지만, 나는 나를 다시 일으키기 위한 발걸음을 떼고 있다.
남편은 도망친다.
지방 발령을 자처하며 우리와의 거리마저 물리적으로 벌리려 한다.
회피형이라는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비열하디 비열한 비겁함.
우리 부부가 이렇게 끝이라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나는 진심이었는데, 그 사람은 아니었던 걸까? 아니면 언젠가 그도 나만큼 진심이었던 순간이 있었을까?
나는 여전히 매일 울고, 매일 다짐하고, 매일 흔들린다.
하지만 분명히 나는 오늘도 살아있고, 살아가고 있다.
아무 표정 없이 앉아있던 어제의 나보다, 오늘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이 고통은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그리고 그 사랑의 무게만큼, 나는 언젠가 다시 밝아질 것이다.
내 안의 빛이 완전히 꺼진 게 아니라, 잠시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중일 뿐이라고... 그렇게 나는 믿고 싶다.
나는 오늘도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살아간다.
무너지고 부서진 마음을 하나씩 맞추며, 나는 또 한 걸음을 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