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게 사랑이다

생각을 담는 글쓰기 9일 차

by 양경은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출근을 했다. 집에서 사무실까지는 차로 10분이면 도착한다. 사무실 바로 앞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앞 차량 뒤 유리에 '임산부 보호'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진짜 그 차 안에 임산부가 타고 있는지를 따지지 않는다. 왠지 저 차 뒤를 갈 때는 좀 더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차 간 거리를 더 벌려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또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는 차량도 자주 보게 된다. 당연히 다른 차량들은 의무와 책임인 양 차량의 아이를 잘 보호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을 하며 조심히 운전한다.



살면서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마음속에서 저절로 우러나는 마음이 있다. 세월호 사건으로 하늘나라로 간 학생들을 생각하면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눈물이 난다. 내 아이인 양 생각되어 그냥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풍경이 근사한 곳에 가게 되거나 분위기 좋은 카페라도 가게 되면 갑자기 가족 생각이 난다. 나중에 가족들이랑 꼭 다시 와봐야지!라고 생각한다. 모임에서 유명한 맛집을 찾아가서 맛깔스러운 음식을 먹으면 그때 역시 가족이 떠오른다. 남편이랑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그냥 저절로 그렇게 된다.






왜 그래?라고 물어보면
설명할 수 없다. 그냥 그런 거다.




이런 감정은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없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겠고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겠지. 가족이니깐 나와 같은 인간이니깐 저절로 떠오르는 감정이다. 중년이라는 나이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간질간질할 정도로 어색하다. 20대에 남편과 열렬히 사랑해서 헤어지기 싫어서 밤늦도록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헤어졌다.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또다시 새벽까지 전화통을 붙잡고 수다를 떨다가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붙잡고 잠이 들었다. 그런 시간을 오래 보내다가 서로가 같은 공간에 머무르고 싶어서 결혼을 했다. 그토록 20,30대는 사랑이란 게 뜨겁고 열렬한 단어였다.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가족을 이루면 사랑한다고 말하는 대상은 배우자보다는 자녀에게 더 많이 하게 된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드니 남녀 사랑이 약간은 어색하고 무뎌진다.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를 읽으면 주인공 남녀인 산티아고와 파티마의 데이트 장면이 많이 나온다. 산티아고는 꿈을 향해 파티마를 떠나고 싶지 않다. 파티마랑 사막에서 영원히 살고 싶어 했다. 파티마는 산티아고에게 떠나라고 권한다. 그녀는 사막에서 영원히 사랑하는 남자를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서로의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대사가 이어진다. 나는 이런 장면을 보면 감동스럽다기보다는 어색하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서로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이 내 마음에 절절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젊은 시절에는 사랑하면 '죽어도 못 보내'라는 노래 제목처럼 극단을 치닫는 감정까지 생기기 마련이다. 50살을 바라보는 지금은 그런 감정 이 들진 않는다. 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들이 오랜 시간 가슴 절절하며 사랑하고 아파하는 모습을 봐도 감정이입이 되질 않는다. 내 마음에 뜨겁고 열렬한 사랑은 없는 것 같다. 그냥 길 가다가 좋은 것을 보면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이 사랑일 거다. 뜨겁고 애절하기보다는 내 안에 깊게 항상 머물러 있는 마음이다. 남편은 지방에 출장 가서 좋은 풍경을 보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준다. 자랑처럼 메시지를 보내지만 가족들과 함께 있지 못하는 서운한 마음일 거다.



사랑이란 미안한 마음이다



좋은 것을 나누지 못해서 미안한 거다.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거다. 맛있게 담근 김치를 다 먹어가서 먹을 게 없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사랑이다. 혹여라도 내 가족이 가슴 아픈 상처를 받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사랑이다. 이제 나에게 사랑은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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