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그때 마지막 선물

생각을 담는 글쓰기 11일 차

by 양경은

쓰다 클럽의 이번 주제는 시간이다. 듣자마자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되었다. 무얼 쓰지? 라며 주제를 듣자마자 고민에 빠진다. 시간이란 뭘까? 시간은 정량적 개념을 많이 생각한다. 특히 사람들은 시간관리에 관심이 많다. 시간을 아껴 쓰자. 시간별 할 일을 적고 체크하면서 효율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나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번엔 시간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시간이라는 단어를 오래 생각하는데 문득 '때 '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시간' 은 어느 순간을 나타낸다. 바로 '그때' 말이다.
우리 삶에 기억의 순간들 말이다.

과거 한순간을 떠올려본다.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가 너무나 아파서 힘들었던 그 순간들. 엄마에게는 아픈 시간들이 순간이 아니었을 거다. 고통을 직접 겪어야 하는 당사자는 투병의 시간들이 오롯이 혼자 받아들여야 하는 고통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나에게 지금 남는 것들은 엄마가 힘들어한 순간들만이 기억 조각처럼 머리에 남았다.

첫아이를 낳자마자 엄마는 암 선고를 받으셨다. 원래는 내 아이를 키워주며 나랑 같이 살기로 되어 있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서 엄마는 알 수 없는 통증을 호소했다. 동네 내과를 다녔지만 별다른 진찰 결과를 받을 수 없었다. 곧바로 큰 병원에는 못 가고 동네 영상의학과에 가서 검사를 몇 가지 받아보았다. 그랬더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였다. 나는 갓난 아이랑 같이 있어야 해서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서둘러 큰언니가 엄마랑 병원에 갔다. 나중에 담당 의사와 전화로 결과를 통보받았다. 담도암 4기였다. 이미 많이 진행되어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말이 나오질 않았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어떡하지? 엄마에게 어떻게 말하지? 형제들에게 어떻게 전달하지? 모든 게 막막했다. 그때 엄마에게 바로 병명을 말하지 않았다. 오빠가 순천에서 올라와서 엄마를 모시고 내려갔다. 이때부터 엄마는 병마와 싸우기 시작했다. 오빠와 큰언니가 전담해서 엄마를 간호했다.

나는 아이를 낳고 3개월 후 복직을 했다. 그 당시는 토요일에도 격주로 근무하던 시기였다. 근무가 없는 토요일이 되면 엄마를 보러 순천에 내려갔다. 아이는 군산 시댁에 맡겨놓았다. 매주 토요일이면 아이도 보러 가야 했다. 남편은 아이를 보러 군산에 가고 나는 순천에 기차를 타고 가서 엄마를 보고 다시 다음날 군산에 아이를 보고 난 후 남편과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보냈다. 혼자 타고 오는 기차 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다. 오히려 기차 안에 혼자 있는 게 편했다. 아무 눈치도 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울기만 했다.

어느덧 아이를 낳고 5개월 정도 되어갔다. 그날도 오빠랑 같이 살고 있는 엄마를 보러 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랑 얘기도 제법 하셨다. 갑자기 엄마가 백화점에 가자고 하는 거였다. 오빠네 집 근처에 걸어서 갈 수 있는 아웃렛 매장 같은 것이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었다. 내 아이 돌 반지를 사주고 싶은 거였다. 괜찮다고 했지만 엄마의 뜻을 차마 꺾을 수는 없었다. 아이가 돌이 되기 전이지만 미리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크셨을 거다. 엄마는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큰언니와 나랑 셋이서 걸어갔다. 엄마가 그렇게 걸어가도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10분 정도 걸어갔을까? 엄마는 도저히 갈 수 없었다. 힘들어서 더 이상 걸어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서둘러 우리 셋은 오빠네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 나는 그때까지도 엄마의 병이 그렇게 심하다고 생각지 못했나 보다. 엄마도 당신이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 여기셨을 거다. 그 당시 그 기분은 뭐라 말할 수 있을까? 내 표현력으로 한계에 부딪힌다. 이후 엄마는 결국 큰아이의 돌잔치는 참석치 못하시고 떠나셨다.


나중에 큰언니가 큰애 돌 기념으로 금팔찌를 나에게 건넸다. 엄마가 돈을 줘서 언니가 대신 사 온 거다. 그게 엄마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준 선물이었다. 엄마는 당신의 마지막을 느끼셨나 보다. 미리 막내 딸내미의 첫딸 생일을 챙겨주지 못하는 게 미안했나 보다. 엄마한테 고맙다고 말도 못 해서 이 글로나마 전하고 싶다.


엄마 선물 고마워. 그때 직접 백화점에 가서 직접 사주고 싶었을 텐데 해주지 못해서 서운했지?
엄마 손주딸 잘 크고 있고 나는 둘째도 딸애를 낳았어.
둘 다 모두 건강하고 이쁘게 자라고 있어.
큰애는 돌잔치도 근사하게 해 줬어.
엄마는 하늘나라에서 편하게 잘 지내고 있지?
고생만 지지리 하다가 갔네.
거기가 어떤 곳일지 궁금하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