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건 라디오, 아침깨워줄리
라디오 DJ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라디오는 거의 연예인이 진행했습니다. 가수, 배우, 개그맨,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죠. 인지도도 있고 방송 진행 실력이 있어 라디오를 진행하는 데에 탁월하니 그렇겠죠? 그렇다면 일반인이 라디오 DJ가 될 순 없을까요. 일반인 프리랜서 라디오 DJ도 있습니다. 지역방송국에서는 일반인 프리랜서 라디오 DJ를 모집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언제 자리가 날지는 미지수죠.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면 저처럼 온라인 플랫폼에서 라디오를 시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라디오를 시작하는 거죠. 인기도, 인지도도 없이 시작하는 거라 쉽지는 않습니다. 거의 맨땅에 헤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뭐든 일이 그렇습니다. 처음은 쉽지 않죠. 아무런 인지도도 없이 시작하는 라디오 DJ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원하는 라디오 형식대로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많은 사람이 듣지 않아 어떤 콘텐츠가 반응이 좋고 아닌지도 알 수 없었죠. 그래도 제게 주어진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일단 해보는 겁니다. 생각만 하고 행동을 하지 않으면 그 생각이 맞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습니다. 행동을 해봐야 아닌 길도 찾아내고, 방향 감각도 살아날 겁니다.
그리고 ‘처음’이 주는 힘이 있습니다. 바로 무모한 에너지. “처음이니까 해도 된다.”는 마음 가짐이 생깁니다. 제 인생이 어떻게 풀릴지는 모르잖아요? 제게 맞는 지원 사업이 있다면 바로 도전해보고, 라디오 DJ 크리에이터를 뽑는다고 하면 무조건 지원해보는 겁니다.
그러다 라디오 DJ를 시작한 지, 9개월 만에 자리를 얻게 됐습니다. 네이버 라디오 NOW에 크리에이터로 발탁이 된 거예요. 네이버 라디오 NOW는 평소 네이버를 자주 방문하다가 우연하게 라디오 크리에이터를 뽑는다는 모집 공고를 보고 알게 됐습니다.
'라디오 크리에이터? 바로 나잖아?'
방황하던 저에게 딱 맞는 라디오 플랫폼이 등장한 거죠. 바로 지원신청을 했습니다. 우선 어떤 라디오를 할지 기획이 필요했어요. 신청서를 보니 원하는 라디오 시간대를 체크하는 표시가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점심 오후 밤까지 다양하게 있었는데, 아무래도 저는 크리에이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청취자도 적으니 경쟁률이 적은 시간대를 선택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보통은 점심이나 저녁 시간대의 라디오를 많이 원할 것 같아, 아침으로 선택했습니다. 그것도 아침 출근시간대에 말이죠. 그렇지 않아도 아침 라디오랑 저녁 라디오 두 개 다 하고 싶었습니다. 욕심 많은 사람이죠. 아침을 긍정적이고 활기차게 내가 깨워주는 라디오를 해보면 어떨까 하고 기획했습니다.
DJ 줄리가 아침을 깨워준다는 의미로, 제목은 '아침깨워줄리'
제 목소리로 아침을 깨우며 아침에 듣기 좋은 내용을 준비해 활기찬 아침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15분 분량의 예시로 기획 콘텐츠를 제작해 네이버 NOW에 신청을 했습니다. 마음으로는 당선됐으면 좋겠지만 안 되도 낙심하지 말고 하던 대로 라디오 계속 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1차를 합격해 2차 면접 일정을 조율하는 메일이 온 것이에요.
2차 면접 봤을 때도 마음은 계속 반신반의했습니다. 열심히 준비하되, 안 되도 실망하지 말자.
그렇지 않아도 라디오를 시작하고 2-3개월 차에 친구가 추천해준 정부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에 지원했다가 1차를 합격한 일이 있었어요. 1차 합격 후, 2차 면접을 보는데 심사위원이 "유튜브에 라디오 올려둔 걸 들었는데, 잘하시더라"라고 말하시는 거예요.
마음 속으로 '나 합격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친구한테도 들떠서 "나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설레발이었죠. 결과는? 떨어졌습니다. 결과를 보니 지원한 사람이 꽤 많았는지 합격자도 10명내외가 아니라 50명 내외였습니다. (이렇게라도 위안을 해볼까요)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네이버 NOW도 잘되면 저한테 좋았지만 왠지 들뜨다가 안 될 것 같아 조용히 면접도 보고 합격소식을 기다렸습니다. 저는 촉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될 것 같은 것은 무조건 안 됐고,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한 거는 잘 되더라고요. 그럼 앞으로는 반대로 추측하면 될까요?
NOW의 크리에이터 선정에도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선정됐다고 연락이 오더군요. 게다가 제 이름을 건 라디오로 말이죠! 당선되고 인생 처음으로 라디오 채널 포스터 촬영도 했습니다. 나름 포스터 촬영 전까지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보려 했으나, 독하지 못했는지 그리 빼지 못한 채로 촬영을 마쳤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촬영한 사진을 받아봤는데 저를 부정하고 싶더군요. 이건 내가 아니야!
(위 사진은 두번째 포스터였습니다, 첫 번째는 고이 저의 기억속에 저장)
그렇지만 사진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겠죠? 11월 9일 첫 라디오 방송을 했습니다. 두근 거리는 첫 방송 때의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라디오는 8시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니 전날 알람을 7시와 6시 50분으로 2개를 맞춰두고 잠에 들었습니다. 내일 아침 라디오를 할 생각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지 자다가 새벽 2시에 한번 깨고, 3시에도 한 번 더 깨긴 했습니다.
아침 7시에 무사히 일어나 몸을 풀고 찬물로 세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물을 끓여 잠을 깨울 커피 한잔도 탔습니다. 따뜻한 커피를 한잔 들이켜면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서 신난다'
아아- 하고 목을 풀어봤는데 막 잠에서 깨서 그런지 목이 잠겨 있었습니다. 커피를 조금씩 들이켜면서 라디오를 켤 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게스트도 없이 혼자 진행하면서 음악 조절도 팟캐스트 스튜디오로 직접 해야 했거든요. 음악 트는 부분을 리허설 해보는데, 긴장됐습니다.
NOW 담당자분께 문자로 "담당자님 정각에 켤까요, 59분에 켤까요?"하고 물어봤습니다. 정각에 켜달라는 답장을 받고 초 단위가 표시되는 시계를 보며 8시 정각이 되길 기다렸습니다.
7시 58분이 되니 조금 떨리더라고요. 그래도 목소리로 듣는 라디오니 떨림은 조금 덜했습니다. 바로 정각이 되서 라디오를 켰고, 라디오를 시작하니 오히려 마음이 안정됐습니다. 유튜브와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제 라디오를 꾸준히 청취해주던 청취자들이 오셔서 인사를 하고, 제 지인도 와서 실시간 채팅을 했습니다. 청취자들의 따듯한 응원 덕분인지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렇게 줄리의 라디오, 아침깨워줄리 1회를 잘 마무리했습니다. 2회, 3회가 되니 떨림은 사라지고 편안하게 진행하게 되더라고요. 사람은 금방 환경에 익숙해지나 봅니다. 그렇게 시작한 아침깨워줄리 라디오가 어느새 100회를 넘어섰고, 현재도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평소처럼 아침 라디오를 준비하려 커피 한잔을 내려 마실 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라디오하며 살게 돼서 참 기쁘다. 좋아하는 일하며 살 수 있을까? 물론 쉽게 살 수는 없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일하며, 인생 재밌게 살 수는 있다!
우리 같이 좋아하는 일하면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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