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가 갑자기 아프게 될 때는?
몸이 건강해야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기본적인 일도 못하게 되니까요.
저는 저혈압에 빈혈에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체질에 위도 약합니다. 그래서 종종 음식물이 소화되지 않아 체할 때가 있고, 체하면 두통이 동반되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있습니다.
얼마 전에 생리가 시작되며 혈액순환이 안 되기 시작하더니 먹은 것이 소화되지 못해 앓아 누웠습니다. 누워있다가 속이 울렁거리면 화장실에 가서 토를 하고, 토하고 나면 몸이 갑자기 추워지며 체력이 떨어져 다시 침대로 가서 누워있죠. 이걸 반나절 동안 30번은 반복하는 겁니다. 따뜻한 물을 마셔도 물도 토하니 약도 제대로 먹을 수 없고, 손을 따도 소용없었죠. 병원에 가는 일은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몸을 일으키면 머리가 어지러워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는데 혼자서 옷을 입고 나갈 여유도 없었죠. 흐으- 몸이 아프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데 그 와중에 오늘 내일 해야 하는 일이 생각나더라고요. 가장 큰 걱정은, 생방 라디오는 어떻게 하지?
다행히 월요일날 아침 라디오 후에 몸이 안 좋아진 거라, 월요일은 괜찮았습니다. 저녁에 하는 개인방송 라디오는 청취자분들께 몸이 좋지 않아 라디오를 못한다는 방송을 짧게 하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화요일에 조금씩 몸이 나아지는 것 같아 컴퓨터에 앉아 일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두통도 없이, 메스꺼움 없이 눈을 뜨고 손을 움직인다는 것에 참 감사했습니다. 아파서 누워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이었는데, 그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하면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부러웠거든요.
몸이 괜찮아져서 조금의 죽을 만들어 먹었는데 그것이 소화되지 않았는지 저녁 라디오를 할 때 다시 두통이 생기며 속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앉아서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몸이 건강하지 않으니 마음도 약해졌는지, 청취자분들이 가볍게 던진 농담도 받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받게 되더라고요.
예전에 한번 아침 라디오를 하기 전에도 이런 증상이 있던 적이 있습니다. 약간의 잔 두통이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라디오는 펑크내지 않고 해야겠다, 싶어서 8시에 맞춰 라디오를 켰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목소리 톤도 높여서 라디오를 했는데 놀랍게도 라디오를 하면서 제가 정신이 차려지고, 청취자분들과 하하호호 웃으면서 두통도 싹 나은 겁니다. 그때 딱, 저는 일을 하면 나아지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골골대며 아파하다가도 일하면 아픈 게 싹 낫는 사람.
화요일에 좋지 않은 몸으로 침대에 누웠는데, 수요일 아침이 되니 약간의 두통이 남아있었습니다. 아침 라디오를 준비하며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라디오 하면서 저번처럼 나을지도 모르잖아?’ 기대를 안고 목을 풀기 위해 차를 끓였습니다. 커피는 빈속에 안 좋을 것 같아, 차를 마셨습니다. 차를 한두 번 마시니 두통이 조금 더 심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차가 속에 받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시간은 7시 57분, 58분이 되었고 라디오를 시작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라디오를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니 힘을 내서 오프닝 멘트를 했습니다.
여러분-일어나세요.
수요일 아침 8시입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아침을 깨워주기 위해
DJ줄리가 왔습니다.
라디오를 할 때 목소리는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20분 정도가 지나자 속이 막 메스꺼워지는 겁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고,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게스트는 아무도 없고 저 혼자 진행하는 라디오인데 말이죠. 준비한 대본을 읽으면서 진심으로 '여러분 저 속 울렁거리는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가끔은 하고 싶은 말을 참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
물론 그럴 순 없죠. 아픈 걸 광고할 일 있나요. 아프면 어쩌라고요!
일할 때는 아픈 걸 너무 티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면 아플 수 있지만, 나 아파요- 계속 말해봤자 더 좋을 게 없습니다. 도저히 일을 못할 때나 말하는 거지, 어린 아이처럼 나 아프니까요~봐주세요~라고 말하면 책임감 있는 어른이 아니죠. 어느 라디오에서 DJ가 "여러분 저 아프니까 잠시 있다 말할게요"라고 하시는 것 들어보셨나요? 그건 절대 안 되는 일이에요.
속이 울렁거리는 걸 가까스로 참고, 코너가 끝나고 노래가 나올 때 책상에 잠시 엎드려 쉬었습니다. 노래는 4분 30초, 제가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이었죠.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눈을 감았습니다. 그래도 눈 감고 있다가 노래 끝날 때 타이밍을 못 맞출 수 있으니, 중간 고개를 들어 노래의 시간을 체크했습니다. 2분 30초, 아직 1분은 더 쉴 수 있구나. 다시 또 엎드려 쉬다가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무사히 아침 라디오를 마치고 바로 다시 누웠습니다. 한 3시간을 더 자고 일어나도 두통이 남아있더라고요.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프리랜서 업무 요청이 들어와서 정신을 차리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요청받은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저와 오랜 기간을 같이 일한 대표님이 제가 답장이 바로 없는 것을 보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줄리씨, 혹시 아팠나요?"
사실은 아픈 게 맞았지만 아프다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야기에는 답장하지 않고 업무 이야기를 했고, 일을 잘 마무리했습니다. 몸도 점점 괜찮아져서 밖에서 볼 일도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며칠 만에 밖에서 건강하게 걸으며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걷고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작은 것에도 신경 쓰고 늘 내 몸 내가 관리하고 건강 잘 챙기자.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좋아하는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아무런 통증도 없이 컴퓨터에 앉아 일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참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다 낫지 않은 채로 저녁 개인방송 라디오를 할 때 한 청취자분이 그러셨습니다. "줄리님,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하세요" 그 말 안에 많은 뜻이 느껴졌습니다.
욕심내서 무리하지 말고,
일에 피로를 느끼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천천히 건강을 지키며 좋아하는 일을 하자.
사실 그래도 되는 거였는데 말입니다.
천천히 오래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번에 아프고나서 많~이 느꼈습니다. 여러분들도 건강하게 살아서 좋아하는 일 마음껏 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같이 건강해지고, 같이 좋아하는 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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