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늘 실수가 있기 마련이다
누구나 일을 하면서 한번씩 겪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실수'
특히나 처음이라면 실수를 하기 쉽죠.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실수를 하면서 일을 바로 잡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실수를 한 것에 대해 자책을 하거나 우울해하기도 합니다. 내가 잘못한 걸까, 아니면 잘 못하는 걸까. 처음 하는 실수는 이 경계를 판단하기에 모호합니다. 처음이라서 겪는 실수인지, 아니면 부족한 능력을 깨닫게 된 것인지 말입니다.
라디오를 혼자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죠. 혼자 일을 하는 것은 혼자 생각하고 결정해서 진행하기 때문에 뭔가의 걸림돌이 없어 좋습니다. 그렇지만 이 장점이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걸림돌 없이 원하는 대로 일을 진행해서 수월하지만, 그래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 문제점은 있는지 없는지를 잘 모르게 돼요.
오로지 청취자들의 피드백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되죠. 어떤 분들은 제 라디오를 통해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여러 의견을 줄 때도 있었어요.
'줄리님 유튜브 조회수가 안 나오는데 요즘 유행하는 콘텐츠 해보는 건 어때요?'
'줄리님 재밌고 웃긴 컨셉으로 해보면 어때요?'
'아니면 보이는 라디오를 하면 더 재밌겠는데요?'
처음에 라디오를 시작할 때 콘셉트와 내용을 구성하고 어떻게 지속적으로 갖고 갈 것인가에 대해 정했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준비해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어요. 무엇보다 저는 하고 싶은 방향이 또렷하게 있었고, 그것을 지켜서 꾸준히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라고 말하는 거에 대해서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확신이 흔들렸던 이유는, 객관적인 수치 때문이었어요. 유튜브의 구독자 수, 영상의 조회수. 그 숫자가 마치 내 능력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들을 만들었는데 조회수가 적고 지속적인 반응이 없으면, 그것은 그 결과를 보인 거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잘못 생각할 수 있겠구나.
나만 좋아하는 걸 수도 있겠구나.
사람들이 왜 내 라디오를 듣지 않고 내가 만든 영상을 끝까지 듣지 않는지를 아는 건 중요하잖아요. 듣는 사람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고 나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 고집인 거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내용으로 기획해보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어떤 쪽에서 내 콘텐츠가 더 반응을 하는지, 사람들은 어떤 내용을 좋아하는지를 시도해봐야 아는 거잖아요.
이렇게 저렇게 시도를 해봤는데 그 과정에서 느낀 거는요, 어느새 주체가 내가 아니라 타인에 맞춰져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었지만 그 일을 잘하려고 이용자에게 맞추려고 하다보니까 '내 것'이 없어지고 의욕도 떨어지는 거예요.
대중들이 관심있어 하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말도 길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찌됐든 분량은 맞춰야 하니까 이렇게 저렇게 말을 해봤지만 결국 티가 났나 봅니다. '줄리님, 힘들어보이던데요'라고 청취자가 말해주는 거예요. 그 순간 놀람과 동시에 웃음이 났습니다. 티가 나는 구나!
고민이 또 됐습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방향을 못 잡고 있는 것인지 아무런 판단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나를 판단하는 수치들은 냉정하기만 한데, 그걸로만 보면 나는 잘 못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럼 다른 사람의 의견들을 잘 받고 그걸 다 적용해야 하는데 그게 더 힘들었어요. 왜냐면 어떤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도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었죠. 귀는 열어둬도 어떤 것을 수용할지는 제가 잘 판단해야 했습니다.
초반에 라디오를 할 때는 제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고 싶어하는 청취자들이 많았습니다. "줄리님 이런 내용으로 라디오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요?" 하고 많이 얘기해주시는데 대다수가 했던 내용이거나 시도하려다가 안 하게 된 이유가 분명한 것들이었어요. 그리고 대부분 제 라디오를 다 듣지 않고 보자마자 그 순간 생각나는 것들을 얘기해주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한번은 이미 제 유튜브에 있는 콘텐츠 내용을 갖고 "줄리님, 이런 영상 만들어보세요!" 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그럼 저는 나지막히 말씀드리죠. "그거...이미 올렸습니다. 가서 보세요."
어느새 제 라디오에 대해 의견을 말해주시는 분들께 하나하나 설명을 하다보니까 나중에는 지치게 됐습니다. 내가 이 라디오를 이렇게 하겠다고 사람들에게 설득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죠. 이제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넘어갈 줄 알게 됐지만 그 과정까지 꽤 많은 이야기를 들어 지친 순간도 많았습니다. 앞으로는 라디오에 대한 고민을 절대 얘기하지 않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이라서 몰랐던 '실수'였죠.
그래서 다시 방향을 잡고 제 주관을 잡고 힘내서 라디오를 지속했습니다. 이대로 계속 무너지지 않고 꾸준히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네이버 NOW에서 '라디오 1인 크리에이터 모집 공고'를 우연찮게 발견했습니다. 내게 딱 맞는 기회라 생각하고 신청하려고 준비를 했죠. 처음에는 밤에 듣기 좋은 따뜻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감성 라디오 콘텐츠를 주로 했는데, 새롭게 라디오를 기획하면서는 다른 콘셉트로 준비했습니다. 보통 라디오하면 많은 분들이 저녁 라디오를 좋아하시거든요. 그럼 경쟁률이 많으니 당선되기는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아침을 깨워주는 라디오 콘셉트로 가자!
고민 끝에 컨셉트를 정하고 대본을 써서 녹음한 영상을 제출했습니다. 제출하면서 만들었던 유튜브 라디오 영상 중 1개의 링크를 같이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나머지 유튜브 영상을 쭉 살펴봤는데,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때는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제가 보니까 뭔가 매력이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끝까지 볼만한 그런 매력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저마저도 말이죠. 왜 조회수가 늘지 않았는지, 왜 구독자수가 늘지 않았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습니다.
나, 잘 못하고 있었구나.
그제야 제 라디오를 들었던 사람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생각이 났습니다.
"줄리님 목소리가 잘 안들려요, 줄리님 영상 화질이 왜 이렇게 낮죠?"
제 라디오의 단골 청취자분들이 친절하게 얘기해줬던 것들. 왜 저는 그 한 마디의 말을 듣고 넘겼을까요. 돌아보니까 정말 영상 화질도 낮고, 라디오에서 중요한 목소리도 제대로 안 들리거나 음질이 깨끗하지 않았죠. 처음에 잡았던 콘셉트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어느새 중구난방으로 시도해본 여러 콘텐츠가 쌓여있었습니다. 라디오 채널의 컬러가 느껴지지 않았어요. 이 채널은 줄리의 라디오야, 줄리TV야?
그 순간 많은 고민이 들었던 동시에 힘이 빠졌습니다. 나 잘못 걷고 있었구나.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걷다보면 목적지에 도착할 줄 알았는데 다른 길로 가고 있었다니, 흐어-다시 돌아가야하네. 다시 돌아가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은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힘이 나지 않는 거예요.
모든 일에 옳고 그름은 없지만 '잘못'이라는 단어에는 틀리거나 그릇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이 '틀리다'는 단어에는 바라거나 하려는 일이 순조롭게 되지 못하다라는 뜻이 있고요. 그러니 '잘못했다'는 뜻은 바랐던 일이 순조롭게 되지 못했다는 거죠.
그래서 천천히 돌아가서 제대로 가보려고 걸었습니다. 다시 가는 그 길에도 방향을 잃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혼자 일을 하시는 프리랜서분들이라면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혼자 생각하고 판단해서 가다가 자칫 길을 잃을 때도 있고, 원하지 않는 방향이 나와 주변 사람들의 말에 휘둘려 목적지와 더 멀리 가게 된 때도 있을 겁니다.
일을 하면서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한번은 좋아하는 개그우먼 송은이님을 보고 뭔가를 깨달았던 적이 있었어요. 저는 송은이님이 제가 어린이였을 때부터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재밌게 토크하던 모습을 쭉 봐왔거든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송은이님은 재밌고 방송을 잘하신다고 생각했는데, 방송 일이 없었던 시기에 본인은 "개그우먼 길이 아닌 것 같다고 적성검사를 했다"고 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조금 놀랐습니다. 아니, 그렇게 방송을 잘해왔고 쭉 잘하시는 분이 직업에 대한 능력 고민을 하셨다니.지금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성공해내시고, 개그우먼에 가수에 CEO일까지 모두 척척 해내셨죠. 천천히 꾸준히 계속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빛을 발한 거라고 생각해요. 포기하지 않고 지속했던 힘, 그 힘으로 성공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저도 라디오를 잘못했고 또 잘 못하기도 했지만 툭툭 털고 일어나 잘 해보려고 합니다.
얘도 하는데, 나도 해야지 라는 심정으로
우리 같이 힘내서 걸어가요!
▷ 줄리의 아침 라디오 듣기
https://now.naver.com/player/814
▷ 줄리의 에세이 오디오로 듣기 (팟캐스트)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268
▷ 시행착오 겪은 유튜브 채널이 궁금하다면?
https://www.youtube.com/channel/UCM3HpFg36VmIwzBIOxB0OT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