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의심, 누군가의 응원 : 시작할 때는 선택이 필요하다
여러분들은 본인의 일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게 좋은가요, 무관심한 게 좋은가요.
아마 직업별로 조금씩 다를 것 같습니다. 보통 사무 업무를 하는 직장인은 꽤 많으니, 직장인이라고 하면 별다른 궁금증이 생기지 않습니다. 저도 직장인이었을 때 주변에서 제 일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갈 건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진 않았어요. 매달 월급을 받고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같은 업무를 하니까 큰 궁금증이 생기지 않죠? "저, 직장 다녀요." "그렇군요."
반면 예측이 불가능한 직업을 가지면 한번씩 궁금해 질문을 던집니다. 자영업으로 본인의 가게를 차린다거나 하면, 어디서 운영할 것인지부터 손님은 많은지 어떤지, 가격은 어느정도인지 등 아마 자영업을 시작하시는 분들은 주변의 이런 질문에 이골이 났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 손님은 어때, 장사는 잘 되니?"
"돈은 어느 정도 버니, 순수익은?"
조-금은 선을 넘는 질문도 받아봤을 겁니다. 그럴 땐 속으로 '제발 관심 좀 꺼주라' 하고 말하고 싶지 않나요. 그렇다고 또 너무 지인들이 내가 새로 시작하는 일에 관심도 안 가져주면 섭섭하기도 합니다. 이랬다 저랬다죠. 만약 내 가게를 차렸는데 와 보지도 않고 개업선물도 안 해주면 섭섭하잖아요.
저는 처음에 라디오를 하려고 했을 때, 주변 지인에게 말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질문공세가 쏟아질 것 같았거든요. "갑자기 라디오는 왜하는 거야?"부터 시작해서 "너는 언제부터 라디오를 하고 싶었어? 라디오를 하면 돈은 어떻게 버는 거야? 어디서 라디오를 하는 거야?" 등 질문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 직장에서 퇴사를 할 때도 그만두고 라디오를 하겠다고 말을 안했습니다. 라디오 하려고 퇴사하겠습니다. 이러면 여러분들도 "왜?" 물어볼 것 같지 않나요. 대체, 직장인이, 갑자기 라디오를 어디서 하고,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이런 질문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사실은 그보다 더한 간섭이 있을 것 같아서 더 말을 못했습니다.
"뭐-뭐-요즘 직장 그만두고 유튜브로 돈 버는 사람들 있다고 하던데, 그거 쉽지 않다."
제 일을 한다는데 그걸 굳이 왜 시작하고 어떻게 할 건지 말할 필요는 없고, 간섭을 받아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잖아요. 게다가 시작하는 단계에서 말을 하면 그 일에 대해 추측해서 간섭하는 일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그거 내가 듣기에~내가 보기에~"로 시작해서 본인도 해보지 않았고 잘 알지 못하면서 잘 될건지, 아닌지, 힘든지 아닌지에 대해 말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퇴사할 때 '개인적으로 창작 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질문은 있었습니다.
"창작일 뭐~? 어떻게 할 건데?" 그 질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답하진 않았지만요. (웃음)
어떤 분은 제게 "퇴사하고 유튜브해봐!"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요, 유튜브 파이팅.
제가 라디오 크리에이터로 직업을 바꾸기로 했을 때, 직장사람들은 무관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친한 지인들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막 시작을 하는 경우에는 청취자도 적고, 구독자도 적었으니까요. 내게 관심을 줄 사람은 '내 편'인 지인이다! 하고 믿는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친한 친구들은 제가 라디오를 한다고 하니, "그래, 줄리 목소리가 좋으니 잘 할 거야!"라고 응원해줬습니다. 그중 독특한 친구는 시작도 하기 전에 본인을 라디오 게스트로 쓰라는 말을 하기도 했고, 다른 친구는 코너 아이디어를 마구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초반에는 주변 지인들의 힘찬 응원으로 기운이 듬뿍 생기긴 했습니다. 뭐, 지인이니까 관심을 가지는 건 그리 오래 가진 않았지만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도 제 주변 사람들 일에 계속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 상대방의 마음도 이해가 됐습니다. 구독만 해주는 것도 어디입니까.
그래도 제가 사람 복은 좋은지, 마음 착한 친구들부터 지인까지 제 라디오를 자주 응원해주고 "라디오 잘 들었다"며 얘기해줄 때마다 참 마음이 훈훈했습니다. 물론 섭섭한 일도 있었습니다. 본인은 유튜브 계정이 없다며 제 라디오를 듣지도 않더라고요. (유튜브는 계정 없어도 들을 수 있는데)
돌이켜보면 저는 응원이 필요했었던 것입니다. 라디오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무례하게 선을 넘는 말을 하지 않으며 묵묵히 응원해주길 바랐던 거죠. 그리고 가장 가깝고 누구보다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는 가장 늦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엄마.
엄마는 제가 어떤 선택을 하든 늘 지지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라디오를 한다고 해도 응원해주실 분이었죠. 그렇지만 늦게 말하기로 한 것은, 탄탄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불안정하고 성공할지 잘 예측되지 않는 직업으로 바꾼다고 하면 응원보다는 걱정하실 것 같았죠. 그래서 엄마한테는 라디오를 한다고 하는 걸 조~금 늦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래도 짐작은 할 수 있게 이직을 할 거라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엄마, 나 직장을 그만두고 잘할 수 있는 걸 준비하고 싶어."
그랬더니 엄마는 가만히 제 눈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그래, 자영업을 해도 좋지. 줄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같이 찾아보자."
참으로 엄마라는 사람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제게 힘을 줍니다. 어쩌면 부모님이 반대를 하신다면 저도 쉽사리 이직 결심을 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엄마의 따뜻한 말에 단단한 의지가 생겼죠. 네이버 NOW 라디오를 시작하기 하루 전날 엄마한테 말씀드렸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라디오를 하려고 해. 사실 그동안 라디오를 준비해왔고, 이제 정식 라디오를 하게 되었어."
엄마는 제 말에 약간 놀란 기색이 보였지만 곧바로 응원해주셨습니다. "줄리는 잘 할 거야."
엄마는 평소에 라디오도 잘 듣지 않고 인터넷과는 거리가 멀어서 라디오를 어떻게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도 질문보다도 믿음을 먼저 주시더라고요. (엄마는 제 라디오를 아직 안 들어봤을 겁니다.)
엄마가 입이 조금 무거운 편입니다. 라디오를 한다고 하면 뒤에서 걱정이라도 조금 할 법한데, 집에서도 말을 잘 안 꺼냈나봅니다. 한번은 동생이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언니, 엄마는 정말 입이 무겁다. 언니가 라디오 한다고 하면 나한테 물어볼 법한데, 한번도 얘기를 안 꺼내."
지나가는 말로 어떤 음식 맛있다고 하면 다음날 바로 사오는 엄마가, 아이스크림 잘 먹는 걸 보고 말없이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을 마구 채워넣으시는 그런 엄마가 말이죠. 그래서 한번은 주말에 엄마와 시간을 보내면서 은근슬쩍 물어봤습니다. "엄마는 내가 라디오한다는데 잘 물어보지 않네?"라고 말했더니, 엄마는 멋쩍은 듯 웃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줄리가 잘 할 거니까"
저를 굉장히 잘 아는 엄마는 어떤 질문으로도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하셨고, 묵묵히 지켜보셨습니다. 대신 그런 말을 자주 하셨습니다. '집에서 일을 하니 밥은 잘 챙겨먹니, 반찬은 더 줄까' 하는 일상적인 말들이요. 엄마를 보고 느꼈습니다. 침묵은 더 큰 배려이기도 하고 더 큰 신뢰이기도 하다. 엄마의 침묵에 마음이 더욱 편해지면서 단단한 힘이 생겼습니다.
저는 가끔 인생에 바람이 불면 마음 속에 그림을 하나 그립니다.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가 튼튼한 나무요.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따뜻한 말로 뿌리가 땅에 깊게 박혀 단단해지는 나무가 될 거예요. 그럼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더욱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을 겁니다.
좋아하는 일하면서 살 수 있는 것, 신뢰와 응원 덕분입니다.
저만 단단하게 잘 나간다면 오래 갈 수 있겠죠?
우리 같이 좋아하는 일하면서 살아요!
ㅁ 라디오 에세이는 팟캐스트로도 들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