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청춘이 되자 친구들 카톡 프로필 사진이 손주들 사진으로 점점 변화하기 시작한다. 카톡 프로필에는 시간과 세월, 인생의 흐름이 담겨 있다 나만 해도 그렇다. 우리 학원, 울산 비닐하우스, 책, 강의까지, 내가 하는 일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근 걸 살펴보니 아들 결혼과 북클럽, 내 시집, 북살롱모집공고, 미술 전시회 이렇게 줄줄이 드러나네요. 카톡에 사진을 올리는 것도 하나의 기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끔 프로필을 바꾼답니다.
내가 뭘 했는지 나도 기억을 다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흔적을 남겨 두는 건 내가 나를 잊지 않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친구들도 나처럼 프로필을 보면서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현재의 생활을 보는 거죠.
자녀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더니 이제 손주들이 하나둘씩 등장합니다. 사실 저도 아기들을 보면 이뻐서 몸서리가 쳐집니다. 내 손주가 아니라도 아기들은 무조건 이쁩니다. 나이 들어서 그렇다는데 아니에요. 아이들 특히 아기들은 그냥 아기가 아니라 천사로 보여요. 울려고 입 삐쭉거릴 때 제 입도 삐쭉거리며 따라 하게 되고 아기들이 웃을 때 따라 웃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아기를 만나면 너무 이뻐서 "아기 몇 개월이에요?" 자동으로 묻게 되고 내릴 때까지 마냥 아기랑 눈을 마주칩니다. 남의 아기도 보기만 하면 홀라당 반하는 모습을 보고 남편은 "그러다 당시 손주 보면 오줌 싸겠다"라고 놀립니다. 뭐 오줌 정도 싸야 한다면 싸고 말지요. 하하하 그러는 자기는~
근데 아들 며느리에겐 절대 손주 이야기하는 거 아니라고 들었네요. 울 아들이 3년 뒤에 아이 가진다고 하길래 알았다고 했습니다. 11년 연애 기간이 있었어도 자녀는 좀 늦게 가질 모양이네요. 둘의 자녀 계획에 시부모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니까 그냥 수긍합니다.
그러니 그동안 남의 손주들을 보고 마냥 이뻐하면 됩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울 엄마 시대처럼 손주를 많이 낳질 않으니 손주도 공유 시대가 아닌가 합니다. 시댁 조카 중에는 40이 넘어도 결혼 생각이 없다고 아예 말도 못 꺼내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고는 큰아빠라 불리며 조카는 무척이나 이뻐하네요. 조카 바보인 거죠. 내 아들이 장가를 안 가니 큰집 손주가 내 손주처럼 이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가 점점 늘어납니다. 손주 공유, 조카 공유를 하게 생겼네요. 이뻐서 아빠 노릇 할머니 노릇을 못하니 조카와 큰집 손주와 작은집 손주를 내 손주처럼 이뻐하고 한번 웃어 달라고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서 재롱을 부립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6형제의 12명에게서 난 손주가 6명입니다. 절반으로 인구수가 줄었답니다. 12명이니 적어도 12명 같은 숫자는 세상에 남기고 갔으면 좋으련만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기성세대라고 핀잔을 받네요.
일요일 아들 며느리와 함께 저녁시간을 보내며 깔깔거리고 행복했답니다. 남편도 아들 며느리 온다고 집에 있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전부 다 해주고 학원 쓰레기도 전부 치워줬답니다. 새 식구를 맞이해 처음으로 집에 방문하는 며느리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시댁이라 좀 어려울 텐데 쌩긋 웃으며 들어오는데 집이 다 환해지더라고요. 사돈댁에서 챙겨주신 이바지를 들고 왔네요. 아무것도 안 하기로 했는데 안사돈께서 너무 안 했다고 생각하시는지 보내오셨네요. 설도 다가오고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선물보다 반가운 우리 공주가 왔는데 뭘 더 바라겠어요. 보내주신 선물 귀하게 감사히 받고 저도 오늘 내내 답례를 찾아서 주문하느라 진땀을 뺐답니다. ㅎㅎㅎ 설이 다가오니까요. 그리고 사돈과 첫 명절을 맞이하니 작은 성의를 보이고 싶어 지네요. 사람 마음이 그러네요. 아들 며느리가 돌아가는 길에 뭐라도 싸주고 싶은 거예요. 있는 거 다 줘도 안 아까운 걸 이제 알겠어요. 울 엄마 바리바리 싸주시던 그 무거운 짐들이 사랑이고 베풂이고 행복이었다는 걸 이제 체험합니다.
주는 기쁨이 이런 걸까요?
나누긴데 곱하기로 행복이 다가오네요. 이렇게 살고 싶어요.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면서요. 뭐~ 60 청춘에는 소박한 행복이 최고하고 하더니 그런 것 같아요. 울 며느리 도착해서 보내온 카톡에 또 맘이 녹았습니다. 안성 집에 많이 놀러 갈 테니 자기 집에도 자주자주 오라네요.
울 엄마 말씀이 또 오릅니다 "이쁜 기 이쁜 짓만 한 데이~" 참말로 이쁜 짓만 하네요. 말이라도 이쁘게 하니 사랑스러울 수밖에요. 소확행이란 게 이런 거 맞죠? 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