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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엄마

by 글담쌤


울 엄마 팔순

국졸이다.

외삼촌은 대학원 졸

장학사로 정년을 맞이하시고

꽤나 부유한 인생


외삼촌 논 팔고 밭팔아 공부할 때

울 엄마와 이모들은 공부를 포기했다

아들 하나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고


이모들 나이 들어 방송고. 방송대 공부하고

울 엄마 장사를 시작했다

지금은 시장 할매 장사꾼


자신의 배움이 모자란 원망도 못하고

엄마도 외할머니처럼

아들만 자식이고 딸은 그냥 딸일 뿐


그 아들 엄마사랑 끔찍하게 받았다

동생들과 난 그냥 엄마의 대물임 선택에

원하는 대로 하세요


다행히 그 아들 한 몫하는 직업 가진

엄마에 대한 사랑도 애달픈 효자다


엄마의 아들 사랑 이해해

그 아들의 엄마 애달픈 사랑도 이해해

근데 말이지

우리 딸 셋은?

보이지 않은 유리벽 같은 사랑 고픔

외로움으로 가슴 밑바닥에 앙금 되었다


막내랑 통화하면서

"엄만 오빠뿐이었어

언제나 오빠만 생각하고 난 밀리고 양보해야 했어"


큰딸인 나도 아들 사랑 그런가 보다 하다가도 나도 자식인데

외로운 사랑


엄마 하트는 찌그러졌다

아들에겐 커다란 동그라미

딸들에겐 하트 끄트머리 뾰쪽한 어느 한 부분이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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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 미운 사람이다.

얼마 전

조카 고등학교 땐가? 중학교 땐가? 그때부터

조카에게 학원비를 대주고 계셨다.

아들이 그만하라 해도

엄만 그게 사랑의 표현이고

사는 낙이었음을 안다.

그럴 수 있다

본인이 시장할매가 되어 돈 버는 이유였기에

엄마가 번 돈 엄마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기에

그 재미라도 느끼시라

모른 척 지냈다.



며칠 전

울 엄마 눈물바람이다

"은미야 인자 손주 학원비 그만 주라꼬 둘째가 난리다. 장사도 안되는데 아직까지 주냐고, 잘 사는 아들 손주 그만치 했으면 됐다고 난리 데이 우야꼬"

성질이 확 올라온다

"엄마~ 아직까지 주고 있는 교?"

맨날 자동이체되어 통장으로 수년간 입금되어 왔단다.

난 엄마 돈 관리를 안 하니 관심도 안 가지고 있다.


이제 장사가 힘들어져 자동이체 해제를 하는데

마을금고 본인이 가야 하는데

"큰 아야~ 내가 마음이 아프다. 손주 용돈도 매달 몬주고~" 훌쩍이시는 엄마

"엄마 와 그카는 교? 엄마가 그카면 다 동생 욕합니다~"

엄마는 목이 멘다

"그래도 내 사는 날까지 장사 그만할 때까지 줄라 켔는데 인자는 버겁데이~"

"엄마가 나쁘네. 아들 교육 잘못시켰구먼 와카는교?"

"주고 싶은데 우야노"


내가 미친다. 정말 그만큼 해주고도 울 엄마는 더 못해주는 걸 안타까워 운다.

난 속이 상해 운다.

그 아들 이젠 좋은 집, 좋은 직업에 돈도 잘 버는데 무슨 걱정을 하시는지 속이 상해 죽겠다.

딸들이 어떻게 사는 지보다 오로지 아들 하나 그 아들을 위해 사는 헌신적인 엄마의 외골수 사랑이 밉다.


엄마에게 잔소리했다

"엄마가 그렇게 아들 아들 하는 사이에 엄마 딸들은 가슴에 멍들었는데 그건 안보이지요? 엄만 아들이 보내지 말라는 손주 학원비 여태껏 보내면서 그거 해지하는데 눈물바람이면 딸은? 엄마에게 딸은?

우리가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엄마의 사랑을 좀 나눠달라고 애교 부리고 알짱거려도 늘 아들만 기다리는 망부석 같은 엄마.


엄마는 아들에게 전화해서 인자 손주 학원비 안 보낸다고 하고 우셨다. 아들은 괜찮다고 하는데도 엄만 혼자 설움에 우신다. 난 엄마 보고 속상해 운다. 울 엄마 밉다. 진짜 밉다.


그 손주 좋은 대학 다니고 군대도 다녀왔는데 이젠 아들 사랑 손주에게 대물림이다. 우야노 울 엄마

동생에게 전화를 한다

"막내야 느그엄마땜시 내 속상하데이~"

"언니야 우야노 울 엄마 내도 엄마사랑 마이~ 그리웠다"


딸들의 속울음을 엄마는 모르시는지 모른 척하시는지?

긴 세월 손주 사랑 그만큼 표현했으면 됐지. 팔순 나이에도 시장핼매로 늙어가는 울 엄마 그 사랑이 가엽고 안타깝다.

이제 본인이 장사할 기운 없어 서러운 건지 손주에게 못해줘서 안타까운 건지... 몰라 하여간 난 지금 엄마가 밉다.


서운하고 답답함에 가슴에 커다란 돌덩이가 하나 더 쌓인다

외할머니께 배운 사랑 그대로 답습하는 엄마만의 그 사랑. 이해하는데 그런데... 운다



#미운 #엄마 #친정엄마 #글쓰는피아노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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