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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내향형 'I'에서 'E'로 변신

by 글담쌤


난 줌(ZOOM)으로 소통을 할 때면 좀 이상해진다. 북클럽 나눔 시간이나. 나의 '1인 1 책 쓰기 프로젝트' OT처럼 내가 호스트가 되어 리더를 할 때면 이미 나의 목소리 처음은 '솔'자리에서 시작이다. 다장조가 아닌 사장조 으뜸음이다. 처음엔 내가 그렇게 '솔'자리의 음색인 줄 전혀 몰랐다. 북클럽 녹화 영상을 공유하면서 난 나에게 놀랐다. 내 목소리가 나 아닌 듯 뭔가 홀린 듯 저렇게 음성이 크다고? 제가 나야?


그렇구나! 그랬구나! 어디선가 누군가의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마징가제트 같은 에너지 뿜뿜 한다.


나의 성향상 말이 많은 건지? 말하는 걸 좋아하는 건지?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소통을 좋아하는 건지? 아님 교장선생님이셨던 큰아버지와 교직에 잠시 머물렀던 아버지의 DNA 인지? 서예가로 평생 선비로 지내신 할아버지 유전자인지? 원인은 모른다.


학원서 아이들을 레슨 하거나. 온라인 피아노로 레슨 할 때, 북클럽에 참여해 리더 할 때, 북클럽 멤버로 발표할 때, 어느 자리에서건 내게 말을 시키면 난 쑥스러움이 없다. 그렇다고 말을 잘하거나 조리 있게 핵심을 야무지게 하지도 못하는데 그래도 말하는 걸 좋아한다.


특히 방송대 문화교양학과에서 두 달에 한번 문화재 답사를 갈 때면, 내가 참여하는 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마이크를 잡게 된다. 단골손님처럼 마이크가 온다. 그러면 마이크에 대한 예의를 다하는 편이다. 거절하지 않고 뭐라도 이야기를 꺼낸다. MBTI를 봐도 난 E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내가 마이크에 대한 예의를 다해 말하길 좋아한 것은 아니다.


중학교 때까지 국어시간에 일어서서 책을 읽으라 하면 난 덜덜 떨었다. 목소리도 떨리고 손도 온몸이 부끄럽고 자신감이 없어 오그라들 때로 움츠려 들어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내 학급 번호가 47번이었는데 7자들 어가는 날은 괜히 혼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선생님이 무심코 7번, 17번, 27번, 37번을 불러 질문을 할 때면 그냥 심장이 혼자 나부대는 것이었다.


그런 내가 싫었는데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았다. 한 번은 바꾸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극 내향형 극 I 성향이었다. 벗어나고 싶었으나 방법을 몰랐고 누구한테 물어볼 용기도 없었다. 그렇게 중학교 시절을 지냈다.


세월 흘러 여고 2년 때

그냥 웅변 대화를 나가고 싶어졌다. 순전히 신현숙 언니 때문이다. 그 선배 언니는 운동장서하는 조회시간마다. 우리 키의 절반도 넘는 커다란 트로피를 받았다. 반짝이는 금색 은색의 트로피는 언니만큼 화려하고 당당하고 멋졌다. 그걸 가지고 싶었다. 마음은 굴뚝인데 그런 트로피를 받을만한 뭔가가 없었다.


그 선배 언니는 트로피를 받고 우승 기념으로 운동장 조회대 단상에서 웅변을 했다.

우렁차고 당당하며 커다란 목소리로 온 동네가 울리도록 소리를 질렀다. 너무 멋졌다.

난 상상도 못 할 일을 그 언니는 매번 대회 때마다 우승했다.

조회 때마다 신현숙 언니의 웅변과 트로피는 나의 우상이 되었다. 나도 하고 싶었다. 용기는 나질 않았다. 그런 목소리 그런 용기가 없었다.


여고 2년 등굣길에 학교 게시판에 붙은 하나의 광고지가 눈에 띈다. 6.25 교내 웅변대회를 한다는 것이다. 각반에서 원하는 학생은 신청서를 내라는 것이다. 순간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아무도 뭐라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그 자리에 멈춰 덜덜 떨고 있다. 다리가 무거워지고 눈에 힘이 들어갔다. 심장이 땅바닥에 떨어져 아직 가슴으로 올라붙지 못하고 있다.


크게 숨을 쉰다. 호흡을 가다듬고 교무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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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요 저 웅변대회 나갈랍니더"

눈이 동그래진 울 담임쌤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본다. 난 두 눈을 다시 감았다 뜨면서 다시 말했다.

"와 예? 지는 나가면 안됩니꺼?"

담임쌤도 다시 나를 쳐다본다.

"아니다. 은미 니가 나가고 싶나? 그람 나가야 재. 근데 웅변해 본 적이 있나?

이기 무신 소리지? 난 해본 적이 없는데 우야지 머릿속이 하얘진다. 용감하게 대답해야지

"업 써 예. 그라먼 몬합니꺼?"

담임쌤은 내 눈을 쳐다본다.

"아이다~ 할 수 있을끼다" 그라몬 내가 책을 하나 줄 낀데 그거 보고 웅변 원고를 써 온나"

담임쌤은 웅변 원고 쓰는 방법이 들어있는 책을 주신다. 그 책엔 사례로 원고가 있었다.


책을 받아드는 내 손은 이미 차갑게 얼었고 심장은 터질 듯 요동치고 있다.



내일 계속....





#내향성에서외향성으로 #웅변 #변화 #글담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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