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나에게 시를 써라고 얘기한다. 시인의 감성이 있다면서 그렇게 권한지 10년도 넘는다. 그러나 난 전혀 알 수 없다. 시인의 감성이란 것이 뭔지? 내게 시인의 마음이 남아있나? 싶기도 하다.
세상의 일에 파묻혀 시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사 놓고 읽지 않는 시집이 쌓여있다.
어느 날 문득 시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아니 시 비스무리한 거라도 좋다. 난 등단 시인이 아니니까 부담없이. 그냥 써보는 거다. 어쩌면 시인의 모습이 내 속에 있을지도 몰라.
이사
김은미
몇 번 이사했나?
열 손가락 쫘~ 악 펴고
하나씩 접어봅니다.
첫 번째 손가락 접는데
울 할매 생각이 훅하고 올라옵니다
거창군 남상면 월평리에서 평생 사신 울 할매
큰아버지 따라 거창읍으로 나올 때
집이 우~우~ 울더랍니다.
국민학교 1학년 여자 아이는 할매 눈물을 보았습니다.
이사는 우는 거라 가슴에 담았습니다.
어린 시절, 울 할매는 월평 집에서 읍으로 이사해야 했다.
큰아버지께서 국민학교 교장선생님이셨는데, 집에서 거리가 멀어 읍내에 집을 사신 거다.
처음엔 할매 혼자 고향 집에 남았다. 같이 이사 가자고 해도 할매는 안된다고 우겼다. 연세가 많아져 이젠 읍으로 나가야 한다고 자식들이 성화다.
할매는 15살에 시집와 65년을 살던 집을 떠나 읍내로 가야했다.
그때다. 할매는 우~우~웅~ 집이 운다고 했다.
"은미야 니는 안 들리나? 집이 우~우~ 웅~ 운데이~ 내가지 말라꼬 운데이~ 인자가몬 언제 오노?. 죽어야 오재" 그렇게 할매가 울었다.
그 울음소리는 지금도 가슴에 남아있다.
살면서 이사를 할때마다 난 울 할매가 생각난다. 할매의 슬픈눈이 떠오른다. 집이 운다는 이상한 말이 이젠 정말 집이 울수도 있겠다싶다.
이사는 단순히 짐을 옮기는 일이 아닙니다.
떠나보내는 것, 남겨두는 것, 그리고 가슴 깊이 새기는 일이다.
한 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순간도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시는 어린날을 떠올려 가슴을 아리게하는 건가보다. 시쓰고싶었는데 할매를 쓰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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