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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에 울 엄마가

by 글담쌤

거울을 본다.

화장대 앞에서 한참 동안 거울 속 나를 바라본다. 중년의 아줌마 한 사람이 앉아있다. 씨익~ 웃어본다. 눈을 찡끗하며 윙크도 해본다. 틀림없는 내 모습인데 어쩐지 낯설다.


거울 속의 나는 내가 아닌듯하다. 울 엄마 같다. 나이들면서 깜짝 놀랄때가 있다.


중년의 여자는 변신을 시도한다. 파운데이션을 가볍게 바른다. 어라~ 주름이 가려지지 않는다. 염색한 지 꽤 시간이 지났는지 밑머리에 흰머리가 희끝 올라왔다. 이노무 흰머리는 주책도 없다. 잠시 한눈팔면 어느새 쑥 자라나 있다. 눈썹을 그리고 입술에 립스틱을 발라본다. 나이를 숨길 수는 없다. 얼굴에 의느님의 손길이 더 필요한가? 살짝 보톡스라도 맞아야 하나?


명절에 만난 큰형님은 이번에 대대적으로 의느님의 손을 빌려 리모델링을 했던데.. 나도 쪼매 손보고 싶은데 남편이 펄펄뛴다. 나도 하고 싶다. 가볍게 보톡스나 필러나... 이런 거... 형님은 말하지 말고 몰래하라고 살짝 하라고 귀띔해준다. 몰래? 해볼까?


내가 내 얼굴을 보는 것보다 타인이 나를 보는 게 더 많은 게 사실인데 팬 서비스 차원에서 몰래 해볼까? 싶기도 하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유학이 국교도 아니고 공자의 가르침이 다 맞는 건 아닐 텐데 왜? 이 시점에서 ‘신체발부 수지부모’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거울 속 나에게 미소 한번 지으며 나이 든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래 저 얼굴도 내 모습 나인데 인정하자. 주름이 지고 흰머리가 있으면 어떠리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데리고 살아야지. 체념인지 푸념이지 모를 궁시렁으로 화장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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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라 친정인 부산으로 슝~ 엄마를 만나러 달린다. "엄마~" 하면서 현관문을 들어서는데 안방서 외할머니가 나오신다. 어쩜 울 엄마 외할머니와 똑같다. 돌아가신지 20년도 넘은 외할머니가 환생한 줄 알았다. 동생은 "큰 언니 왔네 ~" 동생이 뛰어나오면서 "언니야 엄만 줄 알았다" 하고 너스레를 뜬다. 이게 이게 무슨 말인가?

그렇다.

울 엄마 얼굴에 외할머니가 살아계시고, 내 얼굴에 울 엄마가 있다. 모양새만 닮은 게 아니라 걷는 모습과 식성도 닮아있다. 무서운 유전자의 힘을 본다. 나이가 들수록 더 똑같아지는 모습에 나도 놀란다. 그렇게 대를 이어 인생이 흘러가나보다.


언젠가 내 아들이 나를 보며 외할머니를 떠올리는 날이 오겠지? 그래 그렇게 인생은 물같이 흘러가는 거야.

웃는 얼굴의 엄마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에 아들을 쳐다보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내 속에 든 울 엄마도 같이 웃는다. ^^


#엄마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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