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은 이력서를 몇장 써야 취업할 수 있을까
경력직이면, 신입사원은 아니니까
취업하기 어렵지는 않겠지
전 세계 팬데믹 사태를 제대로 인지하고 취업 시장을 객관적으로 살펴본다면, 업종별 우대 경력에 따라 경력직의 경쟁력은 천차만별임을 알 것이다.
경력직은 신입사원과 달리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우대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취업시장에 이력서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 나또한 그랬고 이전 경험만 잘 정리한다면 크게 뒤쳐지는 업무 경력은 아닐 것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로 인한 생활 방식과 트렌드 변화 속도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뉘듯 경력직 취준생도 신입사원과 마찬가지로 취업시장 문턱도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확실히 달랐다.
더군다가 나같이 나의 인생에 대해 고민해보고 새로운 삶의 방향도 탐색해보겠다는 넓은 의미의 번아웃 퇴사는 취업 방향을 잡기 어려웠다.
나의 퇴사 후 진로 고민은 애초에 결심했던대로 이전 회사 경험을 다 버리더라도 내 가슴을 뛰게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보다 통장잔고가 점점 불안해지는 월급에 훈련된 직장인 한달살이의 연속이었다.
화장품 유통업 오프라인 매장 영업과 온라인 커머스 운영을 한 회사에서 6년동안 일했다. 몇 차례 부서 이동이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 성향에 맞다고 선택한 일은 오프라인 매장 영업이었다.
현장에서 직원들을 리드하고 책임감을 발휘해 매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 즐거웠고, 사무업무보다 활동적이고 에너지있게 움직이는 것이 체질상 더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업무나 장단점이 있듯이 반복되는 현장 업무 직원 입퇴사, 고객 클레임, 체력상 한계, 올 초 코로나까지 더이상 오프라인 영업에 앞으로의 커리어를 시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적성이 잘 맞더라도 외부적 요인에 따라 쉽게 흔들리는 예측 불가 현장 고객 세일즈 중심 업무는 그만해야겠다고 판단했다.
누구나 쉽게 예상하듯이 현재 취업시장의 트렌드는 온라인 커머스다. 오프라인 채용도 가끔 있었다. B2B 영업직군으로 영업팀의 오프라인채널 담당자를 뽑는 자리에도 종종 지원했다.
하지만 면접을 보다보니 오프라인 채널 영업관리라는 주업무도 있었지만 사실상 현재 매출이 잘 나고 있는 온라인 채널 영업까지 같이 해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온오프라인 경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나에게 면접 제안을 준 것이었다.
해보고 싶은 일도 없었기에 이전에 가진 내 경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유사 직종으로 줄곧 이력서를 쓰며 내 경력이 취업시장에서 어느 정도 먹히는지 살폈다.
화장품 영업이라도 온라인 영업의 비중이 큰 것은 확실했고, 특히 유튜브 소속사 뷰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MCN (멀티채널네트워크) 형태의 커머스와 연계된 회사 채용도 많았다.
내 지난 업무 경력이 코로나에 적응한 산업과 관련되었다면 좋은 조건의 이직 타이밍이겠지만 팬데믹에 퇴화될 경력이라면 지금 이 상황은 이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화장품 유통채널 영업관리라는 큰 범위의 경력에서 온오프라인을 통합하는 나의 핵심 역량을 뽑고 직무적으로 일치하는 포지션을 찾는 것이 첫번째였다.
코로나 자발적 퇴사 5월 이후 7월부터 월에 한 두군데, 10월 들어 하루에 3개씩까지 늘리면서 최종적으로 대략 나는 49개 이력서를 작성했다.
노션에 일부 적어놓은 것만 49개일 뿐 핸드폰으로 채용공고를 살펴보다가 저장된 기본 이력서로 충동적 지원한 곳까지 어림잡아 70개 정도 이력서를 낸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 대기라고 메모한 것도 일정기간 연락이 없으면 자동 서류 탈락한 셈이다. 1차 서류 통과는 8곳, 최종 합격은 3곳이었다. 1차 서류통과율 16%, 합격율 6% 승률이다. 오프라인 영업관리에서 지난 온라인 커머스 경력을 부각해서 80%는 온라인 관련 회사와 직무에 지원했다.
상품 소싱이라는 MD의 필수 직무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그 전에 온라인 커머스를 운영하면서 사업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과 달라 불합격할 수밖에 없었다.
신입사원과 달리 조금 서류 전형에서 유리한 점은 경력 기술서에 업무와 직접적인 경험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력직의 이직은 조금 더 쉽지 않겠냐는 부분이다. 신입사원 입사 시절 대학시절, 인턴, 공모전의 자기소개가 아니다.
경력직은 직접적으로 나를 당신이 채용하게 되면 어떤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는 수치화된 결과를 보여줘야한다. 그렇다고 모든 경력직이 나의 업무 성과를 모두 숫자로 표현하고 나의 업무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렵다.
신입사원과 다른 업무적 능숙함을 보여줘야하고 지난 업무 경험 기억 조각을 모아 나의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작업이 더욱 섬세하게 요구된다.
6년 전 이력서를 썼던 대학생때 나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았다. 도대체 그때 어떻게 이력서를 쓴건지도 모르겠고 어린 나이로 가능성을 어필할 수도 없는 생기넘치는 상태도 아니다. 나름 직장생활도 경험해서 인간관계, 취업 후 달라질 나의 일상 어느정도 알 건 안다.
직장도 거기서 거기일 뿐. 그 와중에 그나마 조금 더 나은 곳을 선택할 뿐이다. 더불어 지금까지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떤 인생을 계획하고 싶은지 고민에 빠진 나는 이력서, 자기소개서, 경력기술서 쓰는법과 면접보는 방식을 다시 공부해야 했다.
나는 여느 취준생처럼 자소서 컨설팅, 면접 프로그램을 찾아다녔다. 1시간 면접 컨설팅에 40만원을 견적내는 곳도 있었지만 사실상 취업 보장도 안되는 프로그램을 덜컥 결제할 수는 없었다. 대신 고용노동부의 무료 취업 프로그램을 일주일에 3개씩 현장강의, 줌으로 들으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많은 취준생들을 보았다.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돌아가면서 성향분석, 궁금한 점을 질의응답하는 것을 서로 들으면서 취준생들도 정보격차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력직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적성과 맞지 않아 아예 새롭게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도 많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내가 정말 뭘 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는 순간이 자주 찾아왔다. 철저하게 취준생으로 돌아가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코로나가 취업시장은 폭을 좁힌 것도 영향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경력직도 앞으로 내가 뭘하며 먹고살까에 대한 고민때문에 직장, 일에 관련해서는 모두 똑같았다.
이력서 한개당 어느 정도 비중으로 정성을 쏟아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각잡고 잘됐으면 좋겠다 빌면서 며칠걸린 이력서도 있었고 기본 이력서로 돌려막기 한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취준생 때 100개 정도 이력서는 기본으로 작성한다고 말한다. 나는 회사에 맞게 필요한 곳만 지원하면 되지 이력서 수가 취업준비는 아니지 않을까 생각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모든 회사비전, 인재상, 이슈에 맞춰서 나를 적합하다고 어필하는 이력서를 작성하기란 불가능하다. 정말 자신이 원하는 회사가 아니면 안되기 때문에 한 우물만 팔 거 아닌이상 수많은 기업 채용공고에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슷한 업종의 경우 회사 이름만 바꾸어 약간의 지원동기와 포부를 수정했던 적도 많다. 서류 통과한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내게 맞는 직무 포지션과 채용 시점의 타이밍이 취업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괜찮은 이력서로 서류통과해도 직무 표지션에 대한 이해도 부족이 면접에서 드러나는 경우도 많았고 내가 원하는 근무 시기와 맞지않기도 했다.
따라서 모든 유사 공고에 무의미하게 내 의지와 시간만 갉아먹는 지원은 과감하게 삭제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내가 낸 이력서가 뭔지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면접은 가지 않는게 낫겠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이력서는 최대한 많이 써보되, 실제 지원할 때는 입사할 회사를 잘 선택하고 서로의 필요를 잘 맞추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퇴사욕구가 갑자기 올라올 때 채용 사이트를 쇼핑하면서 퇴근했다. 다듬어지지 않는 이력서로 경력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며 지원하기 버튼을 가볍게 눌렀었다.
돌아오는 답장이 없었기에 현실에 안주하면서도 풀리지 않는 답답함은 계속 됐다. 역시 경력직으로 지원할거면 회사를 다니면서 이력서를 쓰고 면접보는게 맞다.
경제적인 압박, 무직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평정심을 잃을 바에 회사에 다니면서 시간을 쪼개야한다. 반대로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용 쇼핑러들은 이력서가 두리뭉실해서 기업채용을 뚫기 어렵다. 곧 '난 갈데가 없어'라는 결론을 스스로 내버리고 마는데 진짜 이직을 원한다면 눈으로 쇼핑하는 것은 의욕만 꺾이게 만든다.
다음주 월요일 첫 출근을 앞두고 있다. 3개월 간 집중적인 셀프 취업 트레이닝을 통해 얻은 성과다. 직업, 일과 관련된 고민과 검색 과정, 면접을 통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6년만에 다시 취업준비하는 내 모습이 낯설고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몰랐음에도 주변에 조언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전 회사 동료와 직접적인 경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업종 안에서 지인을 통해 소개받는 분야도 있다보니 타인의 사례를 공유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경력직의 이직은 사람마다 성과가 다르고 개인적인 업무 스타일이 확고하기 때문에 어필하는 기술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보얻기가 힘들었다.
결국에는 나의 싸움이었다. 다른 사람과 관계없이 모두 다른 퇴사사유를 가지고 새롭게 도전하는만큼 더욱 신중하고 잘 다듬어진 본캐 이력서가 경력직에게 꼭 필요하다. 나의 기본 이력서 기둥을 세우고 가지치기하며 가능성을 살펴봐야한다. 경력직이라고 해서 단숨에, 몇번만에 되는 것은 없었다.
남들이 말하는 이력서 최소 100장, 몇십장에 흔들릴 거 없이 확고한 방향과 기둥이 잡힌 이력서라면 돌려쓰기할 필요가 없다. 경력직의 이력서는 나의 경험과 경력은 정해져있고 시간별 업무 순서와 돋보이게 할 성과를 바꾸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