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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Dec 20. 2020

나를 믿는 힘이 끌고 온 2020년

내 소원은 내가 이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즈니 영화 실사판은 <알라딘>이다. 동화 속에서만 가능했던 지니 램프가 현실에서 재현된 것 같아 묘한 쾌감을 일으킨다.


램프만 문지르면 만능 신 지니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상상력은 종종 ‘만약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뭘 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


퇴사 후 책 리뷰를 블로그에 정기적으로 해보자는 다짐을 하면서 처음 읽게 된 책이 <나는 된다, 잘된다>였다.


이 책에서는 목표를 하루에 100번씩 90일 동안 반복해서 쓰면 실제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현실판 램프 지니 공식을 알려줬다.


‘이 정도야, 뭔들 못하겠어’라는 마음으로 무작정 빈 노트를 들고 소원 세 가지를 100번 쓰기로 결심해봤지만 내가 열정이 약했던 건지 일주일도 하지 못하고 노트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가장 쉬운 습관이자 방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공식을 알면서도 실제로 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그래서 알라딘은 동화로만 존재할 수 있나 보다.



나를 믿어야하는 선택

나는 코로나 시국에 존버 하지 못하고 대책 없는 퇴사를 했다. 이직할 곳을 정해두지 않았음에도 당시에는 불안감, 두려움보다 나에게 쉬어가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자기 연민과 위로, 뭔들 못하겠냐는 알 수 없는 용기로 5월에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퇴사 후에 어떤 목표를 가지고 생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당장 일자리를 마련하기보다 단순히 정말 내가 하루를 온전히 가질 수 있다면 뭘 하고 싶은지에 초점을 맞춰서 계획표를 짰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취업에 대한 두려움이 없지는 않았기에 이직 준비에 관련한 굵직한 월간, 하반기 계획도 덧붙이긴 했다.


퇴사 후에 하고 싶었던 일들은 나를 특별하고 뛰어나게 만들어줄 목표를 세운 건 아니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나의 모습을 편안하게 채워줄 것들이었다.


퇴사 후 나의 목표 (3개월간)

10 kg 감량하기 (체력 다지기)

블로그 시작하기 (수익화 도전)

이모티콘 아이패드 드로잉

브런치 작가 신청하기

한강 자전거 타러 가기 (자주)

본격적인 취업준비는 10월부터 (12월 안으로 취업하기)

5월 나의 다이어리 귀퉁이


목표이자 이루고픈 소원이었다. 

오로지 내 의지로만 이룰 수 있는 소박한 나와의 약속이었다. 내가 생각한 이 목표를 실제로 이루기까지는 예상했던 것처럼 딱 3개월이 걸렸다.


하루에 100번씩 이 소원들을 적어가며 램프를 문지르지 않았지만 내가 성취하고 싶은 것들이 분명했기 때문에 하루 일과와 모든 생각을 몰입할 수 있었다. 


굳이 팔 아프게 적지 않아도 나는 이미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분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하고픈 일이라고 해도 목표한 것들이 성과로 드러나기까지 예상 시간과 다른 경우도 있었다. 빨리 끝내면 끝난대로 허무하기도 했고, 오래 걸리면 이루지 못할까 봐 불안했다.


퇴사 후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만의 멀티 페르소나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지금까지 일만 잘하면 다 된다는 식의 일방적인 사고로 내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살펴봐야 하는지 몰랐다.


일하는 것 외에 나는 어떤 재능이 있는지, 내가 느끼는 행복은 무엇인지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그동안 묵혀왔던 답답함을 풀어내는 여행과 경험들은 나에게 조금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내가 뜻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면 참 좋겠지만 마지막 굵직하게 계획했던 취업과 관련된 일은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믿음과 달리 나의 자존감을 깎는 면접, 내 의지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해야하는 변수가 있었다.


아무리 내가 여러 경험으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다듬어도 나의 운명이 상대방에게 달려있다는 생각은 여러모로 좌절하게 만들었다.


면접에 멘탈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나에 대한 가치를 믿는다는 자신감 하나로 결국 내가 12월에 취업준비를 끝냈다.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내가 하려는 길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는 힘, 나를 믿는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였다.




올해 2020년은 나에게 뭘 해 먹고 살까에서 시작된 퇴사 여정이었고 직접적인 물음보다 ‘나’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통해 도전하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2020년의 절반이 이렇게 빨리 흐를 수 있다는 점도 몸으로 느꼈고 매일 100번씩 내 소원을 쓰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짐에 감사한 해다.


매일 일상을 보냈던 책읽기, 한강 자전거 산책

직접 내 소원을 쓰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머리로는 항상 내가 해야 할 것, 쉴 것에 대한 목표와 의지가 뚜렷했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 물론 행동, 실천하는 것이 가장 마지막 단계지만 항상 생각하고 상기하는 과정이 램프를 문질러지니를 호출하는 방법이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나는 된다, 잘된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진짜 내가 하려면 다 되긴 하는구나 라는 묘한 자신감을 얻는다. 사람이 하고자 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고 보게 되는 마법은 나를 통해 완성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2021년을 두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며 다짐을 하는 리셋 기간이 찾아온다. 내가 된다면, 되게 만드는 것은 나일 테니 목표 세우는 것에 남들 눈치 볼 것 없이 도전하자. 나는 된다, 2021년에 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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