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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메로나 Jun 16. 2021

사과 두알 어린이집 <3>

지루한 일상이 행복일지도 모른다

아 햇살 좋다

콧노래를 조용히 흥얼거리며 자연스레 시장으로 향한다


요즘 들어 재개발이 한창인 동네지만 오래된 시장은 그대로있다 사실 꼭 사야할것도 없고 그리 크지도 않은 시장이지만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그곳에 간다 시장초입의 포장 떡볶이집을 지나 큰개를 키우는 과일가게가 시작점이다


왕년에 한미모하셨을 청과물 사장님네에선 조기어묵과 버섯을 산다 조기어묵은 보들보들해서 막내가 특히 좋아한다 그 맞은편 무서운 할머니 김밥집은 친절하다가도 종종 신경질적이셔서 가기가 꺼려지지만 꽤 인기있는곳이다

김밥속이 그득해서 한줄만 먹어도 배부르다 반찬도 파시는데 할머니의 투박하고 정겨운 손맛이라 가끔씩 이용한다 신기하게도 반찬을 살때면 살짝 부드러워지신다


떡집은 두 곳이 있는데 씹을때 좀 더 찰진 느낌이드는 집과 덜한 집으로 나뉜다 한집에서만 사진 않고 떡구성이 살짝 달라 그날그날 달리 산다 오늘은 막내가 좋아하는 꿀떡 한팩을 사야지 약과는 참아봐야지 했는데 방금나온 포슬포슬한 쑥설기를 집어 들어버렸다

 시장 가운데 야쿠르트 아주머니에게 인사만하고 지나친다 어쩌다 한번 구입하는데도 매번 아이들의 안부를 물어보시는 친절하고 온화하신분이다


안녕하세요 오징어 오늘 얼마에요? 7천원이에요

한마리만주세요 파전이나 해볼까했는데 요즘 오징어는 두마리 사기가 어렵다 이 생선가게는 항상 싱싱하고 아저씨가 경쾌하게 맞이해주셔서 저렴하진 않지만 구입하게된다

그 옆, 항상 살짝 인상을 쓰시고 계시지만 츤데레 스타일인 과일가게 아저씨는 오늘 지나친다 고양이가 빈과일박스에 들어가 한없이 여유롭게 졸고있다 아저씨는 산책나온 개들이 혹 고양이에게 해코지할까 개만 지나가면 크고 마른몸을 일으켜세워 경계하신다 왜일까 아마도 그런일을 당하는걸 본 경험이 있으시겠지


도깨비 빵집에서 초코쿠키를 사가는것도 잊지말아야지 같은자리에서 오래도 하셨다는데 3개에 2000인 인심좋은 이 쿠키는 맛있긴한데 색이 하얗고 갈색이고 대중이없다 마치 두가지 맛인것처럼


집에 돌아가 커피한잔에 쑥설기를 한입 먹을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한것도없이 오전 시간은 잘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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