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때문이였다
정확히는 '날씨 때문에' 덕분이였다
그 놈의 날씨가 변화 무쌍한 탓에,
크고 작은 문제들은 종종 힘을 잃고 비실거렸다
그래도 빌빌거리는 조각을 굳이 주워들어
다시금 문제들과 걱정에 집중하자면
여지 없이 그 놈의 날씨가 요상하게 휘몰아쳤다
그 날씨 때문에,
오늘 꼭 하려던 일도 변경하고
가려던 길도 바꿔야했다
도시에선 그다지 중요치 않던 그깟 날씨 때문에.
오늘 꼭 해야할 일도
이 쪽이 아니면 안될 것 같던 길들도
목숨 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였기에
비가 너무 내려 와이퍼로 아무리 닦아 내도
바람이 너무 불어 아무리 옷깃을 여며도
눈이 너무 내려 그토록 소중하던 차를 길에 버려도
해가 너무 세서 뒷통수에 구멍이 날듯 해도
그 놈의 날씨들은 멈추지 않았고 봐주지도 않았다
그저 잠시 멈추고 웅크려도 되는 일이였다
그때는 그저 불편했지만, 다른 도시에 살고 나서야
나는 그 '날씨때문에'라는 것이
우리를 멈추게 했음이 고마워졌다
내가 못나서
우리가 여유가 없어서라는 자책이나 불평대신
그것은 멈춤을 주었고
나는 그 사이 흐물흐물 힘을 잃은 문제와 걱정들을
손으로 쓰윽 가벼이 집어 쓰레기통에 정리하면
그만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