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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그곳에 없었다(27)

제주에는 하늘이 있었다

by 윤메로나

이곳 이국적이고 색이 고운 페루 리마의 거리

따스한 햇살과 살짝이 부는 바람은

여름의 끝자락의 자랑거리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종종 보고 싶은 것이 있다


제주에는 하늘이 있었다

쏟아질 듯 수 많았던 구름들

그 넓은 하늘이 내 머리 위에,

세상 위에 존재함이 놀라웠던 날 들

일주일마다 비행기를 타고 육지에서 오는 남편이

드라이브 할 때마다 저 하늘 좀 봐봐 와...

하고 감탄 한다고 웃었던 우리들

하늘 보러오냐며 핀잔을 주던 시간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주워 담을 시간도 없이

그저 모든 고민도 생각들도 바람에 씻겨

새로이 투박하게 담기던 그 때


왜 하늘이 제주에서만 보였을까

어디에서나 있던 다른 곳의 하늘은

내 눈엔 어쩌다 한번씩 보일 뿐 이였는데

제주의 하늘은 매일 눈안에 가득 해서

내가 가져왔던 믿음도 신념도 나의 고집들도

그저 작은 것에 불과했음을 알게 했다


그 거센 바람과

대지를 녹일 것 같은 태양과

그 바다를 견디며 자신의 모양을 새겨가던

믿음직한 검은 돌들과

오늘의 구름, 내일의 구름 가를것 없이

사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


심심하고 재미없다던 그 섬은 왼쪽 오른쪽

북쪽 남쪽 곳곳이 풍요로웠다


그저 그 하늘이 그리운 날이 있다

오늘처럼 이렇게 심심한 그 섬이

잔뜩 보고픈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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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