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좋을지 생각할 겨를이 없이 퇴원을 해야 했다 6일정도 입원실에 있는 동안 점점 더 탈출 시도를 했고 병원에선 이런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게 없다며 퇴원을 하라 했다
주말에 6살 4살 두 아이는 아빠를 보러 왔다 아이들 이야기만 하면 펄쩍 뛰며 헛소리 하지 말라던 남편은 아이들의 아빠 소리를 듣자 기억이 돌아온걸까
"아빠, 괜찮아...?"
하고 두 녀석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침대곁으로 오자 어 괜찮아 금방 갈꺼야 한다 무의식중에 나온 말일까. 이 사람의 뇌는 갑자기 무너지고 막힌 생각 회로 속에서 길을 찾고 있다 어떻게 하면 다시 살 수 있지?어떻게 해야 하지?
그땐 몰랐지만 누워서 짜증만 내던 그 사람도 치열했으리라 그러나 그땐 아이들을 기억했던것 만으로 눈물이 났다 다같이 엉엉 울고 있자 남편은 돌아 누우며 귀아프다고 이제 나가라고 했다
그래도 가망이 있었다
놀란 아이들을 추스리며 근처를 걸어다니기로 했다 신호등의 초록 신호가 바뀌었고 좌우에 아이들 손을 잡고 길을 살핀 후 한걸음 걷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익하고 소름끼치는 브레이크 잡는 소리가 났고 무의식중에 왼쪽에 있던 아이를 내 뒤로 확 잡아당겼다 바로 내 앞에서
차량이 겨우 멈췄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아이가 놀라지 않게 소리를 지르지 말아야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성 버튼이 사라진것 같았다 내가 소리를 지르고 있자 슬금슬금 가려던 그 차가 섰다 우회전하다가 신호를 못 봤다며 정신이 없었다고 사과를 했다
아이가 내 눈앞에서 내 손을 잡은채,
아니 어쩌면 우리 셋다 치일 뻔 했다
"왜 못봐 왜 왜!!!!"
엉엉 울며 아이들을 안고 소리지르는 나를 보며
주춤주춤하던 남자는 사과를 하고 사라졌다
신이 원망스러웠다
남편도 나도 두 아이들도 다 죽을뻔 했는데
왜 못보는건지 신에게 들릴때까지 소리지르고 싶었다 그러다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살꺼야 어떻게 하든 살꺼야...
떨리는 몸은 진정되지 않았지만 작은 두손이
내 손들을 잡고 있었다
그 전까지의 삶에서 힘들게 느껴졌던 것들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모든것이
허물어져 버렸다 신은 우리가 보이지 않으시는
듯 보였다
그러나 살아야 했다
나에겐 아이들이 있다
아무튼 그건 주말의 일이고 퇴원은 지금의 일이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