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기 전 정신과 진료가 있었다
'전두엽과 측두엽의 부분 소실로 성격의 변화와 어려움이 동반될 수 있다 화를 내거나 사고의 과정이 짧아지는데 이를 성격으로 고착화 시키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알겠지? 조심해야한대 집에 가서 화내지 말고 애들 무서워하니까"
남편은 또 궁시렁 거린다 수면제와 안정제등을 처방받고 이미 받은 한 무더기의 약과 함께 챙겼다
그날 저녁,
남편은 7시도 안되어 너무 힘이 없다며
잘자라고 인사를 한 뒤 안방으로 들어 갔다
"아빠가 약 때문에 기운이 없나봐 푹 쉬면 조금씩 괜찮을꺼야"
남편은 눈을 안 마주치긴 했지만 아이들에게 누구냐고 하진 않았고 힘은 없었고 귀가 아프다 조용히 해라라고 하긴 했지만 병원보다는 안정되고 편안해 보였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면 좋겠다 그럴 수 있을꺼야
병이 다 나아서 한 퇴원이 아니라 가슴이 답답하고 무거웠지만 그래도 희망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시간 뒤, 옷을 출근복으로 갈아입고
기분좋아 보이는 남편은 힘있게 말했다
"나갔다올께 차키 어딨어?"
귀신에 홀린듯 어안이 벙벙했다 힘없이 겨우 안방으로 들어가 일찍 잔다는 사람이 왜 갑자기 쌩쌩해진거지? 아직 약도 많이 먹고 뇌가 불안정해서 운전은 무리라고 남편에게 쉬어야한다고 하자 남편은 괜찮으니까 키 달라고 손을 내밀어 위협적으로 흔들었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울기 시작했다
6살 4살 두아이도 이상하다고 느낄만큼
남편은 한시간만에 전혀 다른 모습이였다
안된다 며칠만 쉬다 천천히 운전하자며 키는 어딨는지 찾아야한다고 하니 남편은 불같이 화가 났다 1,2에서 갑자기 분노레벨이 7,8이 된듯 현관앞에서 문을 연채로 달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아파트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게 위협을 하고 있는 것이였다 나는 결국 열쇠를 줬고 4살 딸은 문 닫고 욕하며 나가버린 아빠를 보며 뒤돌아 소리내지 못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 갔다
이불을 꽁꽁 뒤집어쓰고 엉덩이만 삐끔 나온채로 딸은 엉엉 울었다 남은 우리셋은 서로 안고 달랠 만큼 누구하나 감정의 여유가 없었다 그저 각자 울고 있었다
뒤늦게 괜찮다며 아이들은 토닥이고 새벽이 되었지만 남편은 오지 않았다 전화도 두고 나갔기에 연락할 방법도 없었다 불안은 커져갔고 심장은 두근거렸다
주변 병원 응급실에 덜덜 떨며 전화를 했다
그런 사람은 없다고 했다
사고가 나면 어쩌지
남편이 더 다치면 어쩌지
다른 사람과 싸움이 나면 어쩌지
온갖 불안이 나를 덮쳐 옴짝 달싹 할 수 없었다
그때 였다
'편의점 **점
통신사 할인 360원'
'하.............. '
평소 알뜰하게 할인을 챙기던 사람이긴 했지만
이 와중에도 할인은 챙긴건가
우리는 챙기지 못하는데
이 와중에 그 정신이 있는건가
실소가 나왔다
일분 일초 시계만 노려보다 처음으로 마음의 긴장이 툭 풀렸다 사우나옆 편의점, 평소 피곤할때 가던 곳을 찾아간 것 이였다 그렇게 떨면서 밤을 꼬박 새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