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집에서

에필로그

by 세라


서울, 이라는 대도시는 내게 늘 차갑기만 했다. 이 냉정하고 삭막하고 뿌옇고 매캐한 도시에서 의지가지 할 데 없이 단칸방과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일은, 그 보잘것없는 단칸방조차 감당하지 못해 매번 현대 사회의 루저가 되어야 하는 일은, 여행이라기보다 차라리 형벌이었다.


그 변명 가득한 삶을, 나는 안간힘을 다해 '여행'이라 부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허름하고 변변찮은 고시원들과 하숙집들 안에서 아둥바둥하며.


가진 거라곤 학자금 빚 밖에 없는 몸으로 서울에 올라와 14번째 자취방, 10번째 직장…… 수많은 사연을 품고 어느새 나는 30대 중반이 되었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무정하게 쌓여가는 숫자들은 네가 틀렸어, 넌 잘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야, 하고 날카롭게 지적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명해야 했다. 더 나은 집을 찾아야 했다. 낯선 면접관들 앞에서 나 자신을 어필해야 했다. 쉬웠던 적이, 익숙했던 적이, 단 한 번이 없었다. 부족한 나에게 숱하게 실망했다.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 벼락같은 나 때문에 매번 아파하며 울었다.


얼마나 오래 고민했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이 좁은 방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 건지, 도대체 어떻게 포기할 수 있는 건지, 이 세상과 맞서 싸우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건지. 싸우려 들지 않아도 마음에 자꾸만 날이 섰다. 고민은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고 지리멸렬하게 반복되기만 했다.


그러나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쓰라린 실패와 상처를 견디는 것보다, 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더 어려웠음을. 찬바람이 불면 불수록 따뜻한 곳에 가고 싶어 졌음을. 울면서 떠났다가 울면서 돌아와 붉은 가슴 껴안기를 거듭하며, 내 노마드 라이프 또한 하나의 평범한 인생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그러니까, 춥고 덥고 초라한 방에서 오랫동안 홀로 사유하며ㅡ 포기란 허락되지 않은 것임을 알았다.



여전히 미련이 많다. 그러지 않기로 한 것을 또 그런다. 자주 부끄럽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ㅡ


ㅡ이제 그만.


이제 세상 탓을 그만 하고 싶다. 나의 일을 내가 잘 결정 내리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나 자신과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작은 방에서도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


이런저런 핑계로 뒤늦게 에필로그를 마무리하려는데, 왠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방이 나의 첫 번째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방' 아닌 '집'. 그거면 됐다, 는 생각도 든다.



'아주 키치적인 방구석 표류기'는 갈수록 초심을 잃었고 키치적이지 못했다. 글을 쓰던 중 9번째 회사에 취업했고 10번째 회사로 곧장 이직했다. 나는 다시 먹고사니즘의 현장에서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이제는, 퇴근 후 얼른 돌아가고 싶은 작은 방이나마 있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제법 자주 한다. 이런 나와 당신들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오늘도 단칸방에서 고단한 하루를 달래고 있을 당신들을 응원한다. 너무 지치지 말길. 힘 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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