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내 옆자리 동료였다. 익숙한 로고, 익숙한 절차. 그녀는 마치 명탐정처럼 전후상황을 추리했다. 속닥거리던 그들, 절묘한 타이밍, 곳곳에 남아있는 허술한 증거. 다름 아니라 채용 공고에 걸린 구인 조건에는 내 일 말고 그녀가 맡고 있는 일도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간접적으로 퇴사를 통보받은 셈이었다. 2인분을 소화할 더 싸고 더 어린 인력을 찾는 건가? 3인분? 자기 자리의 채용 공고를 자기가 먼저 발견한 기분이란…… 더 이상 쥐어짤 수 없을 만큼 바짝 메마른 가슴에 소금물을 끼얹는 것 같다. 철썩! 정신 차려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란다. 희미한 영상 속에서 올라가는 입꼬리가 보인다. 죽어가는 나를 깨우고 다시 뺨을 때린다. 죽지 마라. 죽지 말고 살아라. 아직 시간이 남았잖니. 그들이 미친 건지, 내가 미친 건지 모르겠다. 한때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과 증오했던 모든 것을 다 게워냈는데, 아직도 쥐어짤 게 남았나요…… 부탁합니다, 애원합니다, 그냥 이대로 눈을 감게 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저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 제발 죽여주세요…….
실성한 채 중얼거리고 있노라니 탈락한 2번 주자가 감옥에 들어왔다. 불어 터진 눈을 홉뜨고 산발을 한 그녀를 확인했다. 친구가 생겼다. 어서 와, 나의 감옥에 온 것을 환영해.
이날 밤, 우리는 부르튼 입술로 독주를 나눠 마셨다. 감옥에는 기괴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들이 맞았다. 더 이상 쥐어짤 눈물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누군가의 앞에서 처음으로 소리 내 울었다. 둥근달이 거나하게 빛나는 밤이었다. 달이 쾅하고 이 도시에 떨어져 죽처럼 무르게 터져버렸으면 좋겠다.모두가 공평하게 짠맛 한 숟갈씩 맛봐야 한다.
D-8
인생에서 퇴근하고 싶다
며칠 동안 또 제대로 자지 못했다. 속이 울렁울렁하다. 여긴 어디야,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던 거지…… 나는 완전히 소진된 채 밤 9시까지 누워 있었다.
악몽을 꿨다. 버스정류장은 저 위에 있는데 언덕이 너무 가팔랐다. 발이 쇳덩이처럼 무거웠다. 안간힘을 써도 다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세 번 힘을 줘야 한 번 정도, 겨우 발걸음을 떼며 힘겹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저 아래 버스가 왔다. 버스정류장은 내가 생각한 저 위가 아니라, 아무 표시 없는 저 아래 어딘가에서 멈췄다 내려갔다. 나는 종점을 이미 지나쳐 있었다. 올라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자야 할 시간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물을 한잔 마셨다. 비슷한 시퀀스가 몇개 더 있었던 거 같은데 이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위에 눌렸다 깨어난듯하다. 분명 조금 전에 퇴근한 거 같은데, 곧 출근해야 한다. 출근과 퇴근의 무간지옥. 지금이 출근한 상태인지, 퇴근한 상태인지, 혹시 이것도 꿈속인지. 아, 제발. 이 모든 단어들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다음 주에 올려놓은 휴가를 오늘로 바꾸기로 했다. 뇌에 먹구름이 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