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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라 Apr 03. 2023

개나리의 행성에서 전하는 편지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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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아세요, 저는 오늘 개나리의 행성에 도착했답니다.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곳이죠. 절망을 고백할수록 자꾸 희망이 새어나와서 절망스러운 분들은 이곳으로 오세요. 우리 여기서 같이 희망을 얘기해요. 그러면 슬픔이 배어나올 거예요. 아시겠지요, 희망을 이야기해야 절망할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이 행성의 문을 여는 열쇠. 들어오시겠어요, 일 년에 단 한번 열리는 문이랍니다.



자, 들어오셨다면 악기를 하나 고르세요. 막막하신가요. 연필, 술잔, 칼, 뭐든 좋아요. 무엇이 됐든 당신이 가장 절망한 순간을 연주하세요. 청아한 종소리가 흘러나올 거예요. 여긴 개나리의 행성이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망은 우리를 보호해 줍니다. 절망은 안전합니다. 절망의 절망은 희망. 희망의 희망은 절망. 어때요, 좀 절망스러우신가요? 여기 있습니다. 당신이 희망하는 진정한 절망.



절망에 실패한 사람들은 삶으로 떠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 혼자 남았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왜 아무도 오지 않는 걸까요. 정답, 고독하고자 하면 고독이 도망갑니다. 그러므로 절망하지 않겠습니다. 끈기 있는 희망으로 귀한 절망을 지켜내겠습니다. 당신, 당신의 적이 되세요. 그게 바로 당신을 지키는 법이에요. 증오하기 위해서는 사랑하세요. 살아가기 위해서는 미치셔야 해요. 그럼 이만, 희망의 행성에서 사랑의 마음으로 안부를 전합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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