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답에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니 슈퍼블루문이라 하더군요. 올해 중 가장 크고 밝은 달이라고요. 하염없이 걸었던 8월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이윽한 밤거리를 홀로 배회하던 제 얼굴은 조금 슬픈 표정이었을 테지요. 헌데 달이 크다거나 밝다는 건 참으로 모호한 말인 것 같습니다. 얼마나 크다는 건지요, 얼마나 밝다는 건지요, 천 명이 말하는 달은 제각각 다른 천 개의 달이 아닐까요. '크다'나 '밝다'라는 말로 이 장면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겠어요. 그러므로 '마음이 슬프다'와 '달이 밝다'는 아주 비슷한 문장처럼 느껴졌습니다.
달 따라 걷다 보니 자취방은 등 뒤로 멀어져 있더군요. 달은 어쩐지 다가갈수록 작아지는 것만 같았어요. 한 인간의 마음 같은 것은 상관없다는 듯이 말예요. 저는 이 멜랑꼴리만이 제 존재의 구체적인 슈퍼블루문인 양, 그것이 이 순간의 모든 것인 양, 도시의 뒤켠을 사각사각 걸어 다녔답니다. 저 미지의 우주에서 제 마음은 클까요, 밝을까요. 저 너머에 혹여 이 장면을 이해해 줄 이가 있을까요. 단 하나의 누락된 달 말예요. 집으로 돌아가는 제 얼굴은 아마도 오랫동안 달을 바라본 표정이었을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