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500일

Early Morning Awakening

D-83

by 세라


대개 가장 어려운 것은 입면이다. 그러나 며칠 전에는 새벽 2시에 깨어 아침까지 잠들지 못했다. 마침내 정말로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되었을 때, 나의 뇌는 잠들지 못할 뿐만 아니라 깨어나지도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휴가를 쓰고 말았다.


잠드는 건 어떻게 하는 거지?

잠에서 깨는 건 어떻게 하는 거야?


매일 밤 '그만하고 싶음'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형상과 싸워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 생각은 형상이 되고, 형상은 형체가 되고, 형체는 실재적인 존재가 되어 나를 괴롭혔다. 불안한 날들에 나는 내내 누워 있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사실은 죽을힘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는 것. 나태와 절망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였겠지만 적멸해 가는 세계에서 내 안의 빛을 다해 간절히, 간절히 불을 켜고자 했다는 것…… 깜박, 깜박…… 빛이 충분했다면 느낄 수 있었을 모든 감정이 저쪽 세계의 것으로 미루어진다…… 어떤 기억은 꿈이 되어 이어지다가 악몽이 되고, 이미 그 자신이 악몽이기에 끝내 꿈이 되지 못하는 기억도…….


이 밤을 넘기자.

이 밤만 넘기자.



꿈엔가— 명도 100%의 빛을 본 것 같다. 눈이 부셔서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갓 구워낸 빵 사이로 버터크림 필링을 가득 채운 듯한 빛이자, 꿀이었다. 꿈이 아니었다. 빛은 '읽는'데 쓰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먹는' 것이었다. 이 세상의 빛, 오늘의 빵, 먼저 먹고, 잉여로 읽는 것. 몰랐던가, 책이야말로 내일의 빵 아니었던가. 빛이야말로 마술이 아니라 양분이라는 걸.


장미공원을 지나

구름정원을 향해


계속해서 올라갔다. 아무리 올라가도 도무지 올라가지지가 않았다. 제자리걸음처럼 보였겠지만 나는 올라가고 있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힘든 마음으로. 내가 예전에 사랑했던 바위산으로. 위로 위로. 다솜도 한가로움도 저쪽 세계로 미루어 놓고. 오직 버티면서. 낙석 위험을 지나, 기대지 마시오를 지나, 계속, 계속…… 마침내 허겁지겁 쐬었던 오후 다섯 시의 겨울 햇빛. 구원의 빛. 아, 이제야 깨닫는다, 그것은 하루 중 가장 약한 빛이었구나…… 그 자신도 이미 스러져 가던 중이었구나…….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이란 이런 걸까.)


오후의 바위는 무른 오렌지와 같은 관록의 빛깔이었다. 나는 바위가 내쉰 숨을 들이마셨다. 가난한 마을에서는 바위야말로 가장 따뜻한 색깔이라는 걸 당신이여 아는가. 나뭇잎도 청설모도 흉내 내지 못하는 깊고 우묵한 따뜻함, 그 또한 그날 내가 만난 하나의 묵직한 빛 덩어리였다.


겨울나무들은 나뭇잎을 모두 떨군 채 서 있었다. 내가 예전에 사랑했던 한 나무, 나도 모르게 나무의 밑동을 쓰다듬어 보다가 물경 눈시울이 따뜻해졌다. 이렇게 거친 존재가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구나. 눈과 비를 견디면서, 빛과 새를 반기면서. 목질화된 뿌리를 드러내고서. 나는 나무가 내쉰 숨을 들이마셨다. 더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내가 당신에게 경계 대상이 아니라, 당신에게서 도움을 구하러 온 존재란 것을 알아줄까 봐.



다시, 며칠밤을 시달렸다. 어둠 속에서 숨을 마시고 마셨다. 그래도 모자라, 잠을 마셨다. 꿈의 경계에 한 방울의 빛이 간신하게 매달려 있었다. 그 마지막 빛이, 또롱, 하고 떨어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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