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나의 경험을 나누고자 할 뿐!
글쓰기에 관한 책을 내고 여기저기 강연을 하러 다닌다는 소리를 전해 듣고 주위의 어른이 내게 물었다.
“글쓰기가 가르친다고 배울 수 있는 건가? 글은 자기 스스로 연마하는 거지. 강의만 들으면 당장 잘 쓸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자격지심인지 모르겠으나 질문을 던지는 그분의 시선은 나의 행보에 대한 비판과 꾸지람이 담긴 듯했다. 내가 대학에 남아 연구자의 길을 가길 바라셨던 분이었기에 대중 강연을 한답시고 여기저기 발품을 파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으셨나 보다.
그 어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여러분! 저만 따라오시면 바로 글을 잘 쓸 수 있어요”라고 말하고 다닌다면, 나는 사기꾼이나 다름없다.
며칠 전, 취업 글쓰기 강의에서 만난 공대생이 나와 함께 고쳐 쓴 자기소개서로 원하던 회사에 지원을 했으나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회사에 꼭 들어가고 싶어 했고 그래서 한 줄 한 줄 공들여 자기소개서를 쓴 그의 노력을 알기에 안타까웠다.
그런데 수강생은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었다. 글을 쓰는 일에 겁부터 먹었고 문장을 이어가기가 늘 막막했는데 이번에는 아니더란다. 자신이 쓴 글을 같이 들여다보며 고민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다고 한다. 더디지만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씩 고쳐 쓰는 작은 노력들이 더해져 글이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을 경험하니 글쓰기도 ‘넘기 힘든 벽’은 아니라는 생각에 안심이 되더란다. 이제는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는 그는 다음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나에게 보내봐도 되냐고 물으며 메일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취업에 성공했다는 소식보다 더 반갑고 고마운 글이었다.
책을 쓰고 글쓰기 관련 강의를 하면서도 ‘누군가를 가르치겠다’는 마음을 품은 적은 없다. 그저 나의 실패담을 들려주고 싶었다. 읽는 이, 듣는 이가 지루하더라도 내가 겪은 시행착오들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당신의 고민과 힘듦은 당연한 거랍니다. 난 당신보다 훨씬 부족했는걸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이런 실수는 누구나 다 하는구나 하는 공감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짐은 지금도 여전하다.
수영을 처음 배울 때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무서운 사람은 천천히 물에 몸을 맡기는 연습부터, 발차기가 힘든 사람은 무릎에 힘을 빼는 기술부터 시작하면 된다. 글쓰기도 그렇지 않을까? 처음부터 누가 읽어도 인정할만한 명문장을 완성할 필요는 없다. 기준점은 현재의 나로 잡고 각자 숨기고 있던 글쓰기에 관한 막연한 어려움을 하나씩 풀어나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나의 감정과 생각을 제대로 담아냈구나 하는 글을 만날 수 있다.
오늘도 나는 나의 책을 읽은 독자나 강연에서 만난 수강생들에게 말한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라고.
그리고 그 곁에서 “힘들죠? 저도 글쓰기 힘들어요. 그래도 이렇게 하니 조금 낫던데 한번 해보실래요?”라며 경험담을 들려주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줄 뿐이다.
그러니 나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나의 강연을 찾는 사람들이 글을 쓰며 겪었던 어려움을 맞장구치며 공감해주는 사람일 뿐이다. 부족하지만 용기를 내보자고 서로를 다독이면서, 나 역시 혼자 글쓰기가 두렵고 외로우니 이 고민들을 같이 나눠 갖자며 매번 그들을 초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