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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미 Oct 30. 2020

이토록 다양한 맛과 향의 세계

음식을 둘러싼 이야기

“좋아하는 혹은 싫어하는 음식이 있나요?”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글을 쓰자고 제안할 때 내가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알레르기 등의 이유로 ‘못 먹는 음식’이 아닌 ‘먹고 싶지 않은’ 혹은 ‘그리운’ 음식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숨겨둔 이야기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어릴 때 끼니를 감자로 때운 적이 많아서 지금도 감자는 쳐다보기도 싫다는 사연, 부자 친척집 냉장고 속에 있던 유리병 오렌지 주스가 너무 먹고 싶어 어른이 되어 성공하면 저 주스를 가득 쌓아두겠노라 다짐했다는 추억, 지나가다 길가에서 파는 어묵만 보면 절로 떠오른다는 친구의 얼굴까지  음식의 종류만큼 음식에 담긴 이야기도 다양하다.


특정 음식을 보면서 떠오르는 순간이나 사람, 장소가 있다는 것은 글 쓰는 사람으로서 행운이 아닐까. 오감을 활용해 음식의 형태와 향, 질감과 맛, 그리고 음식을 만들거나 씹을 때의 소리까지 묘사하다 보면 문장력이 향상될 수 있다. 또는 그 음식을 얼마나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 독자가 짐작할 수 있게 구체적으로  표현하다 보면 문장 쓰기 연습에 분명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돼지국밥이 자신에게 ‘영혼의 닭고기 수프’처럼 시린 속을 달래고 지친 몸과 마음에 힐링을 주는 음식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이라면 이 열정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돼지국밥을 먹기 힘든 상황에서 그것을 먹기 위해 어떤 필사의 노력까지 해봤는지 혹은 얼마 동안 국밥을 연달아 먹어봤는지, 팔도의 국밥 맛집을 탐방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은 에피소드까지 음식에 대한 열정에 관하여 쓰는 것이다.   


음식에 관련한 글을 쓸 때 비유법을 사용하는 능력도 함께 키워보면 좋다. 만약 여행기를 쓰고자 한다면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낯선 음식을 소개할 때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해본다. ‘같은’, ‘처럼’을 써서 직접 비교하는 '직유'와 음식의 상태나 맛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며 무언가 다른 것으로 부르는 '은유'를 적절히 섞어서 문장에 버무리면 읽는 사람에게 보다 친절한 글로 다가갈 것이다.  


작가가 묘사한 음식을 경험해본 독자라면 이미 나의 글에 고개를 끄덕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일지 모른다. 음식의 종류는 달라도 비슷한 경험과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글을 읽고 곧 내 편이 된다는 의미이니 공감이라는 목적을 가진 글쓰기라면 음식만한 소재가 없다.


글쓴이와 읽는 이 사이에 음식을 둘러싼 여러 관계, 말하자면 맥락이 통하는 순간이 있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인데 모든 이에게 보편적인 무언가를 이끌어내는 글! 나는 이런 글에 독자로서 매력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음식에 관한 글쓰기는 개개인의 경험을 풀어 공통의 정서와 감수성을 향유하게 하는 묘한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  




“음식 글이란 묘사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맥락을 가지고 음식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다.”

 - 다이앤 제이콥, <맛있는 음식 글 쓰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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