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21년에게

다정함을 잃지 말기를!

by 김주미


오늘로서 2021년에 의뢰받은 일들을 모두 끝냈다. 하반기에 심사를 맡았던 2개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최종 평가서를 보내는 것으로 ‘프리랜서 김주미’의 2021년 업무는 끝났다.


프리랜서 22년 차! 올해는 들어오는 일들 중 하고 싶은 일을 골라하는 ‘사치’를 부려 보았다. 덕분에 다이어리를 펼치니 새로 도전한 일, 남다른 의미가 있는 일들을 많이 한 한해였다.


예전엔 나에게 의뢰한 일들을 거절하면 상대가 다신 기회를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하지만 마흔을 넘기고, 경력이 쌓이며 타인보다 나에게 다정할 필요를 느꼈다.


언젠가부터 일이 들어오면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묻는다. “이 일이 정말 하고 싶어? “라고. 물론 피하거나 거절하고 싶은 일을 맡을 때도 있다. 그때는 이렇게 질문한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도 잘 해내고 나면 노력에 대한 보상을 정당하게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드니? 그렇다면 도전해봐도 좋지 않을까?”.


이 두세 가지 물음만으로 다양한 ‘업’을 선택하고 거절한 일 년이었다. 돈을 많이 벌었다곤 할 수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밥 한 끼, 소박한 선물 하나 정도는 사줄 수 있었으니 뿌듯하다. 게다가 명함을 내미는 손이 부끄럽지 않을 이력도 챙겼다. 그럼 된 것 아닌가?!


내 책 제목처럼 ‘망한 글’ 아니 ‘망한 이력’도 심폐 소생하며 또 한해를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 내년이라고 뭐 크게 달라질 건 없겠지만, 새 다이어리에 새로 맡은 강의의 계획안을 붙여 넣으며 내년 이맘때도 여전히 내가 나를 다정하게 대하고 있기를 바라본다.


수고했어, 나의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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