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손톱은 안녕한가요?
엄마와 오랜만에 시내 나들이를 했다. 천식이 있는 엄마가 혹여 감기에 걸릴까 겨우내 집에만 머물게 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엄마가 젊은 시절 친구들과 자주 들렀다는 시장에서 옷을 사고 옛날 정취가 남아있는 경양식집을 찾았다. 추억이 깃든 장소에 방문하자 신이 나 과거 이야기를 쏟아내는 엄마를 보고 있는데 순간, 엄마의 손끝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평생 음식 장사를 하며 손톱이 제일 청결해야 한다고 외치던 엄마였기에 신기해서 물었다.
“엄마, 손톱에 뭐 발랐어요? 처음 보네!”
“아, 이거? 요즘 이상하게 손톱 끝이 좀 깨지더라고. 내가 고민하니까 목욕탕에서 만난 새댁이 자기 매니큐어를 꺼내서 발라주는 거야. 너무 번쩍거리지? 나도 어색해서 지우고 싶은데, 그 새댁 성의를 봐서 그냥 뒀어.”
엄마의 손을 가만히 잡아 손톱을 한참 내려다보았다. 어디선가 손톱으로 건강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정보를 읽은 것이 생각났다. 검색해 보니, 엄마처럼 손톱에 금이 가고 갈라지는 이유는 철이나 마그네슘, 단백질 같은 영양소가 부족해서일 수 있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엄마에게 좋은 음식과 건강식품들을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반짝이는 손톱이 낯설다며 집에 가서 매니큐어를 지우겠다는 엄마에게 그럴 필요 없다고, 오히려 다음엔 더 화려한 색을 발라도 좋겠다고 말했다.
엄마의 손톱을 관찰한 후, 가까운 이들의 손톱을 종종 살피게 되었다. 손톱의 색이 평소와 다르거나 모양의 변화가 생긴 것을 보고도 그 사람의 몸 상태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도 환자를 살필 때 손톱을 먼저 확인했다고 전해진단다. 예를 들어 손톱이 하얀색에 가깝다면 간 건강을, 파란색인 경우에는 폐나 기관지 건강을 살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손톱에 생긴 흰 반점은 미네랄 같은 영양소가 부족해서 생긴 것으로, 검은 선은 체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처음엔 손톱을 본다며 지인이나 가족의 손을 잡는 일이 어색하기만 했다. 하지만 잠깐의 민망함을 참고 상대의 손을 은근슬쩍 잡아보니 생각보다 좋았다. 그 핑계로 가족 간에도 어색한 스킨십을 자연스레 할 수 있고, 서로의 온기도 나눌 수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조카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조카와 둘이서 만화 카페에 갈 기회가 생겼다. 작고 통통한 손으로 만화책을 들고 있는데, 그 손톱마저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으니 집중하면 손톱 주위 살을 다른 손가락으로 긁는 버릇이 있었다. 어릴 때 나도 발표나 시험을 앞두고 긴장할 때면 손톱을 깨물거나 손톱 주위를 스스로 괴롭혀 어른들에게 혼이 나곤 했다. 불안감을 잘 느끼고 예민한 고모의 성격을 닮아 그런가 싶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다행히 어릴 때 손톱을 물어뜯는 일은 흔한 일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자기 손톱을 괴롭히는 행동이 꼭 마음이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서가 아닌 경우도 있단다. 그저 편안한 감정을 느끼고 싶거나 집중할 때, 지루하거나 심심해서 손톱을 깨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은 여러 면에서 건강에 좋지 못하므로 빠른 시간 내에 고쳐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손톱을 만지작거릴 때마다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어른들이 주의 깊게 살피고 손톱 건강의 중요성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유명 배우가 어린 딸의 손톱을 깎아주다 울컥했다는 사연이 화제가 되었다. 갓난아기 때 손톱을 깎아주다 살을 살짝 집었는데, 그 작은 상처에도 아빠의 마음이 무너져 내려 한참을 속상해했다는 일화였다. 행여 다칠세라 아이나 반려동물의 손톱을 조심스레 깎아주는 모습을 상상하니, 누군가를 향한 온전한 애정을 표현하는 데에 더 상징적인 장면은 없겠다 싶었다. 그이의 손 끝까지 시선이 닿고, 손톱의 안부마저 걱정된다면 우리는 이미 그를 듬뿍 사랑하고 있는 것이리라.
당신의 손톱은 안녕한지 오늘, 가까운 이들에게 다정한 안부를 건네보면 어떨까. 나의 몸과 마음이 평안하기를 바라며 지긋이 손톱을 관찰하는 눈길을 느낀다면, 오늘 하루가 불안하고 고단했던 사람이라도 툴툴 털고 일어날 새 힘을 얻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