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웹툰이 죽음을 다루는 방식
드라마 <도깨비>가 연일 화제다.
종영이 다가오면서 김은숙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에 앞다투어 찬사를 보내고 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공백이 없는 연기를 칭찬하는 글들도 쏟아지고 있다.
나 역시 작가의 대본과 배우들의 연기력, 그리고 이 둘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연출력에 감탄하며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 지점, 내가 이 드라마에 주목하는 부분이 있다.
<도깨비>가 죽음에 관하여, 더 정확히는 죽음과 삶의 경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 <도깨비>는 몇 해 전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웹툰 <죽음에 관하여>을 떠올리게 한다. <죽음에 관하여>는 여러모로 웹툰에 대한 편견을 깬 작품이다.
먼저 만년필로 무심하게 그린 듯한 담백한 그림체가 그러했고, 생사를 관장하는 신의 모습이 트렌디한 감각의 패션을 선보이는 젊은 남성으로 묘사된 점이 놀라웠으며, 웹툰이라는 젊고 친숙한 장르로 죽음에 대한 성찰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감탄했다.
웹툰과 죽음은 좀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다. 하지만 <죽음에 관하여>의 시니와 혀노라는 필명의 젊은 두 작가는 그들만의 시각으로 매회 죽음에 관한 에피소드를 위트 있지만 가볍지 않게, 관조적이지만 사려 깊게 그려나갔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죽음을 묘사하고 그들이 느낄 감정을 재현하는 솜씨가 섬세했다. 이 웹툰은 죽음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 늘 곁에 있다는 것을 매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울림을 준 작품이었다.
드라마 <도깨비>와 통하는 지점도 이 부분이다. 주인공들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메인 스토리 외에도 이 드라마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작은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도깨비>에서 저승사자(이동욱)는 망자들을 맞이해 사후 세계로 안내한다. 현생의 기억을 모두 잊게 해준다는 차한잔과 함께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한결같다는 것이다. 범죄자에게 살인을 당해 차 트렁크에서 시체로 발견되는 젊은 여성도, 응급실에서 위급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과로사로 죽게 되는 의사도, 둘이서 평소처럼 정답게 얘기를 나누다가 교통사고로 한날한시에 죽게 된 어린 딸과 엄마도, 저승사자 앞에서 눈물을 흘릴 뿐 초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망각의 차를 받아 든다.
죽음이 나이나 직업, 선함과 악함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으며, 어떤 순간이라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담담히 묘사하는 <도깨비>는 그래서 죽음을 보여줌으로써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드라마이다.
어쩌면 우리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담담히 죽음을 준비하는 유회장(김성겸)의 모습처럼 생의 마지막에 기꺼이, 후회 없이 죽음을 받아들이기를 꿈꾸면서.....
드라마 <도깨비>는 지난 13회의 대사처럼 “죽음이 있어 삶이 찬란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달려온 것은 아닐까?
그래서 죽음은 삶의 반대말이 아니며, 삶의 최종 목적지에 죽음이 있으므로 죽음을 더 이상 터부시 말고, 자신의 생의 일부로 기꺼이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죽음을 위해 행복한 삶을 살자!
아직도 드라마나 웹툰을 단순한 오락거리로 여기는 이들에게, 죽음에 대한 성찰적 자세를 보여준 두 작품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