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별하열음

2024년 10월 나는 암환자가 되었다. 너무도 건강하고 즐겁게 잘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국가건강검진 유방 촬영에서 미세 석회화가 발견되었고 3차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통해 ‘유방암 1기’ 판정을 받았다. 4번의 독성 항암 치료, 20번의 방사선 치료를 끝내고 이 글을 쓰는 현재는 18번의 표적항암과 호르몬을 억제시키기 위해 5년 동안 복용해야 하는 약과 주사를 병행 치료 중이다.

암은 나와 거리가 먼 질병이라고 여겼던 것과 마찬가지로 암이라는 질병에 무지했던 나는 수술하고 항암이 끝나면 암이 씻은 듯이 낫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암이라는 것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아주 복잡하고 잃어야 하는 것이 많은 질병이었다. 특히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치료가 복잡하며 치료가 끝나는 5년 뒤에도 완치라고 말하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하는 검사 때마다 재발, 전이를 걱정해야 하고 나와 같이 젊은 유방암 환자들 중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들은 호르몬 억제제로 인하여 여러 가지 부작용을 겪어야 한다. 약의 적응기간 동안에는 매일 관절통, 근육통으로 전신의 뻐근함과 통증을 안고 지내야 한다. 수술한 쪽의 팔은 림프 부종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평생 동안 그 팔에는 주사를 맞지 못하고 혈압도 재지 못하며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무리해서 팔을 사용하면 안 된다.

1.1센티미터의 암은 그렇게 내 인생에 핸디캡을 갖게 했다. 한순간에 내가 살아오던 방식을 바꿔야 했고 내가 해왔던 것들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암을 진단받고 치료하는 과정은 많은 고통과 슬픔의 시간이었다. 사람이 극한의 고통을 겪으면 그 상황에서는 절대 긍정적일 수 없다고 나는 생각했고 그것을 경험했다. 사실 조금 괜찮은 날에는 살겠다는 마음을 가졌고 너무 고통스러운 날에는 차라리 죽고 싶다는 말이 입 밖으로 신음하듯 터져 나왔다. 나의 경우는 항암 부작용이 심하게 온 편이라서 특히 더 그랬다. 항암을 잘 견디지 못한다고 했다. 항암을 하면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이대로 어느 날 세상에서 소멸할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내 몸의 많은 부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매번 새롭게 이겨내야 하는 문제들이 들이닥쳐서 나를 무너지게 하는 날들도 많았다. 암환자로 평생을 노심초사하며 살아가야 할 미래는 어둡고 우울했다. 때마다 슬펐고 서러움에 많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들을 이겨냈고 지금도 매일의 나를 이겨내며 나의 삶을 ‘건강하게 사는 삶’으로 포커스를 맞추며 살고 있다. 암진단을 받고 많이 낙담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 외로운 시간들을 채우고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한 것, 인생의 방향성을 바꾼 것은 내가 해왔던 독서와 기록, 일기 쓰기, 요가와 명상, 감사 일기 쓰기와 긍정확언 하기였다. 이것들은 나를 단단하게 한 것들이었고 투병하는 동안에 나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문제들을 직면해야 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때로는 힘들고 버거워서 무너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겠다는 의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슬픔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삶, 달라진 삶의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새롭게 살아가려는 마음가짐과 방향성을 가지고 힘든 상황을 잘 견디며 현재를 살아가려고 한다. 현재의 나는 ‘암은 암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다 ‘라고 생각하며 내게 남겨진 앞으로의 생을 암환자로서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제는 남을 위해 사는 삶이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한 삶만을 살고 싶다. 포기하고 안될 거야라고 생각했던 꿈 꾸던 것들, 미루었던 일도 후회 없이 지금 하고 싶다. 그리고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며 나에게 무해한 것들만 주며 살고 싶다.

암환자가 되고 곰곰이 내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았다. 내게 유익한 것을 적절히 주지 못한 채 나는 해로운 음식, 생각, 인간관계, 일, 습관으로 나를 채우고 있었다. 그것들에 지치고 지쳐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다. 나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랐고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암이 자리 잡기 좋은 몸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반성을 많이 했다. 식습관을 바꾸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내게 무해한 것들을 주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다. 나를 단단하게 했던 독서와 기록, 요가와 명상, 일기 쓰기, 감사 일기 쓰기, 긍정확언은 내게 무해한 것들을 익히게 하고 무해함 속에서 살아갈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무해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 속에는 오늘을 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며 산다. 암환자가 되고 매일의 오늘을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앞으로의 글들은 오늘을 잘 살아가고 무해하게 살고 싶은 유방암 환자의 투병과 새롭게 시작된 삶 그리고 무해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의 이야기가 어느 누구에게는 새로운 삶을 향한 용기와 선택으로 가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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