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지 않은 삶은 일을 망친다
“나는 건축가가 해답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해야 할 일은 내가 사는 세상만 최선이라는 걸 의심하고, 질문을 만들어 내고 그중 가능한 답 중 하나를 건물로 보여 주는 거예요. 중요한 건 지금의 삶, 생각, 건축이 최선이고 유일하지 않고, 질문이 가능하다는 것이지 내가 새로운 해법을 만들었다는 게 아닙니다.”-223쪽, <의심이 힘이다> 중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그게 맞는 일이라고 봤다. 맞는 것 같은데도 남들이 아니라고 하니 나도 그게 아니라고 말했다.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밖으로 꺼내 말하지 못했다. 그런 사람이 어느 날 기자가 됐다. 달라진 게 없었다. 어디가 잘못됐는지를 알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배우려고 하면 질문이 생긴다. 질문이 생기면 답을 찾는 길이 열린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어떤 길이 있는지는 모른다. 질문은 답을 찾는 길이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학교에서 하지 못했던 질문 능력을 키웠다. 다른 직업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쉽게 가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의 답을 복사하면 된다. 삶은 타인이 이미 해 놓은 것을 복사해서 갖다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손쉽게 하려고 한 일이 더 어렵게 일을 만든다. 질문의 두려움을 없애는 일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의심하는 일이다.
‘이게 맞는 건가, 이 방법밖에 없는 건가.’
취업경쟁을 뚫고 들어간 회사를 1년도 채 다니지 않고 퇴사하는 비율이 높다. 한국경영자협회가 312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 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2016년에 2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에 조사에서는 15.7% 였다. 30대에서 50대의 3년 내 퇴사율은 60%에 달했다. 고용불안 한 시대에서 퇴사의 이유는 다양하다. 직장 잡기 어렵다고 하는데도 퇴사를 하는 게 붐이 되었을까. 일이 행복한 삶과 연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질문하지 않아 생기는 일은 사회적 손실이다. 학교는 질문을 가르쳐야 하지만 답을 알려주기 바빴다.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일은 질문하고 의심하며 바꿔나가는 데 있다. 관행과 당연함이 일을 망친다.
거래하던 업체에서 전년과 같은 포맷으로 디자인을 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의심 없이 그대로 작업을 하고 시안을 업체 담당자에게 보냈다. 이전과 같은 시안이라고 해서 알았다고만 하고는 규격을 제대로 묻지 않았다. 일정만 생각하고 일의 형태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현장에서 빼먹는 일이 많다. 묻는 게 왠지 아마추어가 같다는 생각, 아는 척하다가 일을 더디게 했다.
연세대 최문규 교수와 배형민 건축역사가가 나눈 대담집, <의심이 힘이다>에서 최 교수는 지금이 최고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의심을 통해서 새로운 답을 찾자고 말한다. 퇴사율을 낮추는 일은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이며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묻는 데 있다.
일과 돈, 행복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직장은 있는가. 지금 몸담고 있는 직장은 어떤가. 떠날 회사인지 남아서 일해야 하는 곳인지. 그 이유를 꺼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