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곳'에서 얻는 것들

정세랑의 소설 < 옥상에서 만나요>

by 길윤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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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도 보이는 부분만 달콤할 거라고 생각해. 무지게 퀼트로 장식된 가게 안쪽 주방은 스테인리스스틸이지. 마감이 좋지 않은 산업용 냉장고 문으로 이마를 찢는 선배들은 화아이에도 헬싱키에도, 세상 가장 친절한 사람들의 도시라 해도 분명 있을 거라 확신해. 그래도 어떤 휴지기가 필요했어. 타르트 반죽의 휴지기처럼, 사람에게도 그 비슷한 게 필요하지 않을까. 아, 휴지기를 모르는구나. 반죽을 잘 식히지 않으면 구멍이 나. 처음 일하기 시작했을 때 구멍을 몇개나 냈는지 몰라. 단게마다 15분씩 냉장고에서 식히지 않으면 축축 늘어져서 백 퍼센트 구멍이 나버려. 적당히 차가운 곳으로 도망쳐 잠시 숨을 고르는 것, 거기서 얻는 것들이 분명히 있어.


-64쪽, <옥상에서 만나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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