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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윤웅 Sep 01. 2020

"그래, 일단 해보는 거야"

위로가 필요한 시간

3주 전 약속이 만들어졌지만 가는 당일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이 약속을 취소했다.


'이런 경우 없는......"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가는 길. 미팅 장소 도착 30분 전 정도 된 시간에 걸려 온 전화 때문에 가던 길에서 빠져나왔다. 각각 목적지를 향해 따로 가던 중 후배가 전화로 알려왔다.


"어디쯤이세요."


 내가 좀 일찍 나선 길이어서 후배와도 20여 분 정도 거리 차이가 나는 상황. 이왕 나섰으니 중간에서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다.


자신이 진행 중인 사업을 홍보할 곳을 찾는 중인 후배가 상대방과 약속을 잡았다. 나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니 가는 길에 같이 봤으면 하는 생각에 나를 불렀다. 별정직 공무원으로 시청해서 일하는 사람이다. 약속 취소 이유는 비상이 걸려서 대기해야 한다는 것.


"어떻게 하죠?"


후배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아마도 보는 게 불편해서 그렇게 말한 게 아닌가 의심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뭔가 이 사람들이 부탁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그럼 처음부터 약속을 잡지나 말지. 당일 날 그것도 도착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을 남겨두고 취소 연락을 해올 수 있을까.


후배와 나는 직장 선후배 사이다. 지금은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가끔 만나 하고 있는 사업 진행상황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한다.


도움이라는 건 자신이 하는 사업을 다른 곳에 소개를 할 수 있으면 해 달라는 것이다. 돈 드는 일도 아니고 내가 일하면서 연결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가끔 '어디에 누가 있다, 거기에 한 번 소개를 해보면 어떨까'라고 이야기하면 후배는 내게 '메일을 보내달라거나 소개를 해달라'라고 말을 했다.


자료를 받고는 이후 연락을 제대로 취하지 못했다. 상대를 아는 것과 친한 것과 비즈니스는 또 다른 일이다. 특히 누군가에게 소개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막상 연락을 하려면 부담이다. 부담되는 일을 뛰어넘어해 줄 정도로 긴급하거나 수익이 나는 일인가. 남의 일을 그렇게 내 일처럼?

 

왜 머뭇거리는 걸까.


선배가 그곳에 일한다고 하면서, 아는 사람이 거기에 있다고 하지만 나만 아는 사람. 도움이 되지 못할 말이면 사실 꺼내지 않는 게 더 좋다. 그냥 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던 걸까.


선배인 것과 비즈니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사람 만나는 게 아쉬운 후배는, 어디라도 끈이 있으면 사업제안을 하고 싶은 것. 안다고 해놓고서는 제대로 연결을 시켜주지 못했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있지만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가질 이유를 만들지 않을 수 있었는데도 왜 그랬을까.


체면 혹은 우쭐함 때문인가.


후배는 내게 '지적'을 한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때로 누군가 하는 일을 갖고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네가 뭔데 그 따위 말을 하느냐며 화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비위가 상할 수도 있다. 후배가 하는 말은 그렇지가 않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일하기 전에 이런저런 생각으로 일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미룬다. 상대가 싫다든가 아니면 그렇게는 안 되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미리 상대의 생각과 다음에 일어날 일을 따진다. 미리 '안 될 거야, 같이 하자고 안 할 거야'라고 마음먹으면 그다음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일이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걸리지 않아도 될 일을 끄는 것은 문제다.


당이 떨었지만 단것을 먹어 보충을 하면 되지만 자신감이 떨어지면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끌었다 생각할 게 없다. 그도 나도 사람이니까.


"일단 해보는 거죠."


누구에게라도 배울 게 있다. 세 살 먹은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면 배워야 한다. 후배의 지적이 고맙다.


꼭 써먹어야 할 때 제대로 써먹어야 할 게 자신감이다. 써먹으라고 있는데도 써먹지 못한다면? 우쭐대고 싶은 마음은 버리고 자신감은 놓치지 말자. 어정쩡한 우쭐거림이 상대를 지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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