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경고가 떴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걸 아는 순간
그 짧은 숫자가
이토록 소중할 줄 몰랐다
너를 불러야 했다
네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전화를 걸자마자 들려오는
네 숨소리에
모든 말이 가슴속에서 엉켰다
'그냥 듣고 싶었다'는 말도
'너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말도
마음속에서 뒤엉켰다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고
말은 느리게 흘렀다
남은 몇 초에
모든 마음을 담고 싶었지만
침묵만 전했다
결국
배터리 사망한 핸드폰은
블랙미러가 됐다
내 얼굴만 보이는 생명없는 검은 거울
괜찮다
네 목소리는
여전히 내 귀에서 메아리친다
그 짧은 순간은 영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