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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매일 숨 시

배터리 5%

by 살라

배터리 5%


붉은 경고가 떴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걸 아는 순간

그 짧은 숫자가

이토록 소중할 줄 몰랐다


너를 불러야 했다

네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전화를 걸자마자 들려오는

네 숨소리에

모든 말이 가슴속에서 엉켰다


'그냥 듣고 싶었다'는 말도

'너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말도

마음속에서 뒤엉켰다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고

말은 느리게 흘렀다


남은 몇 초에

모든 마음을 담고 싶었지만

침묵만 전했다


결국

배터리 사망한 핸드폰은

블랙미러가 됐다

내 얼굴만 보이는 생명없는 검은 거울


괜찮다

네 목소리는

여전히 내 귀에서 메아리친다

그 짧은 순간은 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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