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핌의 그림자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죄책감으로 얼룩진 꽃
피어나지만
손끝에 닿을수록 가시가 스며든다
그런데도 그 꽃을 꺾는다면,
그것은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니, 그것은 욕망
두 마음 사이에 걸쳐진 줄다리기
그 줄을 쥔 손은 흔들리지만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누군가는 떨어질 것을
상대가 알면서도 침묵한다면
그건 사랑의 이름으로 만든 가장 잔인한 덫
상대를 죄책감에 빠뜨리면서
그 관계를 유지하려는 일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환영을 붙들려는 욕심
사랑은 둘 사이의 고백이어야 한다
그러나 죄책감이 고백으로 바뀌는 순간
사랑은 이미
파괴의 씨앗을 품은 것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말은
그 사람을 지키겠다는 맹세다
두 사람을 사랑한다는 말은
결국 어느 누구도 지키지 못한다는 고백일 뿐
진짜 사랑은
하나의 이름에 뿌리내린다
그 뿌리가 흔들릴 때마다
사랑은 죽음처럼 아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