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 숨 시

딸아! 엄마랑 같이 자자

by 살라

딸아! 엄마랑 같이 자자


밤이었다.
어릴 적엔 딸이 말했다
"엄마, 같이 자자."
그 말이 너무 익숙해서
때론 대답 없이 이불을 펴주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먼저 말한다
"같이 자자."
그러면 덜 무서운 밤이 된다
곁에 딸이 있다는 것만으로
어둠이 조금씩 물러나는 밤

딸은 잠들고
그 숨소리를 들으며 나도 눈을 감는다
아침이 올 때까지,
이 평온이 깨지지 않기를 바란다
눈을 뜨면 다시 밝아지는 세상이
문득 고맙다
딸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어제보다 더 견딜 만한 하루를 만든다

딸이 태어난 순간을 기억한다
그 조그만 손과 발,
잠든 얼굴 위로 번지던 쌕쌕 거리는 숨
그 아이를 안고 있을 때
나는 무섭지 않았다
온 세상이 무너져도
내게는 이 아이가 있었다


온전한 가족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비로소 내 삶에 찾아왔다는 안도감

밤은 여전히 깊지만
옆에 있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밤이다

하지만
부담으로 자리 잡기 전까지
잠깐만 그럴게
계속 든든한 엄마로 있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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