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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진 핫팩

by 살라

굳어진 핫팩


거실 한 켠 덩그러니 놓인
겨울 코트는 무겁기만 하다

주머니 속에 오래된 핫팩,
작년에 넣어두고
다시 꺼내지 않았던 것.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따뜻하게 쥘 손이 없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손끝이 시려올 때마다
무언가를 찾았을 텐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던 온기를
나는 왜 몰랐을까

버려진 듯 놓여 있던 코트처럼,
나는 얼마나 많은 따뜻함을
무심히 지나쳤을까
한 번이라도 주머니를 뒤져보았다면,
차가운 바람 앞에서
조금은 덜 외로웠을 텐데

시간 속에서 굳어질 때까지
나는 왜 그리 바빴을까

쓸쓸한 코트에 묻어버린 계절들,
그 안에 남아 있던 온기조차
내 손끝에 닿지 못한 채
해가 바뀌고 봄이 두드리도록
몇 번이나 지나쳤을까

지금이라도 주머니를 열어
딱딱해진 온기를 쥘 수 있다면,
조금은 덜 후회할 수 있을까

나는 코트의 주머니를 가만히 쓸어본다.
차가운 손끝으로,
묵묵히 지나친 따뜻함을
늦게나마 안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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