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기 전에 땅을 고른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흙을 살살 뒤집고,
지난 계절의 흔적들을 조심스레 걷어낸다
마른 낙엽, 바람에 쓸려온 부스러진 기억들까지
창가 먼지를 닦고, 햇살이 들어올 자리를 만든다
찬바람이 드나들던 창틈도 꼼꼼히 막아 둔다
혹시라도 이른 봄이 찾아오면 너무 춥다며 떠나지 않게
빛이 오래 머물게 해 줘야지
봄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닌 걸 안다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조금 더 머물다 간다는 걸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연약한 꽃잎들이
이곳에서 안심하고 피어나게 해야지
땅을 다지고, 다독인다
혹시 봄이 일찍 찾아오더라도
머물고 싶게
더디 가고 싶게
오늘도 조용히
문 앞을 쓸고, 텃밭의 흙을 매만진다
하루라도 더 붙잡을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