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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통하고, 빛이 들어올 것이다

by 살라



쇠사슬이 풀렸다, 하나
손목은 아직도 기억한다
차가운 쇠의 무게를
살을 파고든 시간을

발목은 아직도 젖어있다
지하실의 축축한 공기로
녹슨 사슬 냄새로
한 고리 또 한 고리를 풀 때마다
피가 흐른다, 녹물처럼

기다리지 마라
문은 열리지 않는다
벽은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다
흙먼지를 일으켜라
주먹으로, 어깨로, 머리로
부서진 살덩이로라도

낡은 벽에 난 구멍으로
빛이 쏟아진다
이제 더는 버티지 마라
버티는 것은 또 다른 사슬이다
무너뜨려라

시간은 나의 편이 아니다
아침이 와도 쇠는 쇠이고
밤이 되어도 벽은 벽이다
하지만 보아라
깨진 고리가
온전한 고리보다 많아졌다

견디는 것은 패배다
피를 흘려라
악다구니를 쏟아내라
최후의 순간
벽이 무너질 때
사슬이 끊어질 때
내가 잡는 것은

자유다
살을 베는
뼈를 깎는
길을 여는
피 묻은 자유다


바람이 통하고
빛이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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