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봄과 '싶다'

가능성이 피어나는 말

by 살라

봄과 '싶다', 가능성이 피어나는 말



봄이 오면 우리 마음속에는 뭔가 하고 '싶은' 것들이 물밀듯 피어납니다. 창밖으로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싶다'라는 말이 봄과 참 잘 어울린다는 것을.

문법적으로 '싶다'는 의존 형용사입니다.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고 항상 다른 말에 기대어 쓰이는 단어죠. "하고 싶다", "보고 싶다", "가고 싶다" 이렇게요. 마치 겨울을 지나 조심스레 피어나는 봄의 새싹들처럼, '싶다'는 우리 마음속 욕망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한 걸음 물러나 조심스럽게 드러내는 느낌이 있습니다.


봄은 시작과 가능성의 계절입니다. '싶다'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이루어질 수 있는 바람과 가능성을 담고 있죠. 봄비가 내리면 땅속 씨앗들이 싹틀 준비를 하듯, '싶다'는 우리 안의 작은 욕망들이 움트는 순간을 담아냅니다.

봄날의 '싶다'들은 참 다양합니다. 겨우내 실내에만 있다가 "밖에 나가 걷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 꽃샘추위가 지나가길 기다리며 "따뜻해졌으면 싶다"고 바라는 마음, 새 학기를 맞아 "잘해보고 싶다"는 다짐까지. 봄에 터져 나오는 "여행 가고 싶다", "자전거 타고 싶다", "새 옷을 입고 싶다"는 소망들은 마치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처럼 생기 넘칩니다.

또 봄은 갑자기가 아닌, 조금씩 천천히 오는 계절이잖아요. '싶다'도 직설적인 표현보다 한 발 물러서서 조심스럽게 마음을 전하는 말입니다. "사랑해"보다 "사랑하고 싶어"가 더 조심스럽게 들리는 것처럼요. 봄날의 첫 고백도 종종 "좋아해"가 아닌 "같이 있고 싶어"라는 표현으로 시작되곤 합니다.

창가에 흩뿌려지는 봄비를 보면서 누군가는 "빗속을 뛰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또 누군가는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책 읽고 싶다"고 느낍니다. 어떤 이는 "새 시작을 해보고 싶다"는 용기를 내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변하지 않았으면 싶다"는 소망을 품기도 하죠.

오늘, 창가에 부딪히는 봄비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봄에는 마음껏 "~하고 싶다"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 조심스러운 욕망들이 봄비에 젖어 활짝 피어낼 테니까요.


여러분의, '싶다'는 무엇인가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