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있는 척
매일 빈 손으로 손깍지를 꼭 쥐었다
그러다 손바닥을 펼쳐보니
땀이 흥건하게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그리고는
그 빈 손바닥엔 별게 다 앉았다
전철문이 닫히기 직전
숨가쁘게 뛰어들어 잡은 손잡이에서
작은 승리가 느껴지고
길모퉁이에서 마주친 고양이가
모든 비밀을 아는 듯한 눈으로
나를 한참 바라봐 줄 때면
괜히 따뜻해진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어느 순간 규칙적으로 들려올 때
그 박자를 맞춰 손가락을 두드려 보기도 하고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 위로
버터가 천천히 스며드는 걸 보다가
한 입 베어 물면 코부터 입까지 즐겁다
가끔은 남의 행복도 빌려올 수 있었다
어린이 공원을 지나다가
달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빈 손바닥에도 피어났다
행복을 애써 찾지 않았더니
별것 아닌 것들이
별게 다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