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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봉투에 버린 내 자존심을 사실래요?

by 살라

쓰레기봉투에 버린 내 자존심을 사실래요?


쓰레기봉투에 자존심을 버렸습니다
이를 악물고, 눈물은 속으로 삼키고
슬퍼도 웃음 지었던 얼굴
월급 통장 잔고를 매일 확인하며
살려고 손이 닳도록,

발이 부르트도록 걸었던
피와 살이 된 그 자존심입니다
이제는 팔려고 합니다

한때는 제 전부였던 것
뺨을 맞아도 꿋꿋이 지켰던 것
거절에 거절을 당해도 고개를 숙이지 않게 했던 것
그 단단했던 자존심이
이제는 구겨진 종이처럼 되었습니다.

지하철 막차에서 울지 않기 위해
깊게 새겼던 이 자존심
월급봉투를 받고 욕을 삼켰던 날들
그때마다 내 등을 토닥여주던 자존심

그것마저 이제는 팝니다
더 이상 지킬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필요가 없어서입니다.
자존심보다 중요한 걸 찾았거든요

자존심 없이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굽히지 않고 애써 꼿꼿한 등을 펴고 나니
오히려 더 높은 하늘이 보이더군요
자존심이란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나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팝니다,

이 낡은 자존심, 아니 늙은 자존심
누군가에겐 필요할지도 모르니까요
당신이 꼭 필요하다면 가져가세요
하지만 조언 하나 드리자면
언젠가는 당신도 이것을 버리게 될 겁니다

자존심보다 더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 날
그때는 미련 없이 버리세요.
그리고 그 자리에
당신만의 단단한 무언가를 심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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