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타이거즈의 팬이지만
광주 가는 걸 결국 취소했다.
기아타이즈의 팬으로서 광주 챔필에서 하는 기아와 NC의 야구경기를 보러 가기 위한 준비를 했었다. 지난 이틀 동안 우천취소였지만 일요일인 오늘은 경기를 할 것 같았기에 직관응원을 하러 가는 부푼 마음으로 서둘러 취소표 나온 걸 잡았다. 그렇게 예매한 지 세 시간 뒤에 결정했다.
광주행은 취소하기로.
뉴스를 보며 가슴이 서늘해졌다. 물에 잠긴 도로, 무너진 담장, 젖어버린 집 앞의 신발들. 화면 속 광주는 내가 알던 그 도시가 아니었다.
이 와중에 야구를 보러, 즐기러 광주에 간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아니, 마음이 내려앉았다고 해야 맞겠다.
기아타이거즈의 팬이 되고선 나의 제2고향이 광주라고 마음먹어서 더 신경이 쓰였다.
'이럴 때일수록 외지인이 가줘야 해.' 스스로에게 그런 얄궂은 변명을 가져다댔지만, 일손을 보태는 것도 아닌 단지 즐기러 가는 방문은 지금, 부끄러웠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 마음이 편했다. 정말 아주 적은 금액을 수해복구 성금으로 광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꼭 광주로 닿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지만 그마저도 주유비조차 되지 않을 만큼 작았다. 오히려 광주에 가면 들 비용을 머릿속에서 계산하며 소액을 기부한 게 또 마음에 걸린다.
티켓값, 숙박비, 식사비까지 모두 기부했더라면 내 양심이 조금은 편했을까?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게 지금의 나다.
그래도 광주를 제2의 고향처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꾹 눌러 전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놀러 가지 않는 것보단 낫다." 그 작은 위안에 기대며 부끄럽게 하루를 지나고 있다.
부끄럽지만 쓴 이유도 이렇게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사람도 관심을 가져줬음 좋겠어서 써봅니다.
직접 피해가 없다할 지라도 한집 건너 한집으로 가까운 지인들도 피해가 있을텐데 꼭 힘내세요!
광주와 기아타이거즈를 사랑하는 수원시민이 응원합니다.
광주의 빠른 복구와 기아타이거즈의 승리를.
광주 시민 여러분. 수해 복구는 너무 힘들고, 힘들고, 또 힘들겠지만 꼭, 해내시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