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은 무모하다.
친구들과 수다 떨며 깊어가는 새벽, 당장 바다를 보러 가자는 마음처럼. 그렇게 새벽감성 그대로 느닷없는 혼자 여행을 멀리 떠난 것처럼.
그런데 그 무모함이 세상의 톱니바퀴를 비틀어 놓는다. 카페 알바생이 손님에게 라떼 위에 하트를 그려주는 것도 매출과는 상관없는 무모함이지만 그 거품 위의 리듬은 누군가의 하루를 완전히 다른 색깔로 칠해버린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할머니의 안경 너머 집중하는 눈빛도 나와는 거리가 먼 낭만이지만 그 시선이 만드는 정적인 공간에서 옆자리 학생이 문득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한다.
아파트 베란다에 화분 하나 더 들여놓는 것도 공간 활용상 비효율적이지만 그 작은 초록이 창문 너머 이웃집 아이가 볼 땐 처음으로 식물의 이름을 외우게 된다.
마트에서 애벌레가 들어있는 대파 봉지를 집어 들어 애벌레를 놓아주겠다며 과자대신 사는 아이는 어떠한가. 달콤함을 포기하고, 한 생명을 구하는 낭만.
늦은 밤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맥주를 사 먹는 직장인의 덜 건강한 반항도 무모하지만 그 순간의 피곤을 녹이는 맛이 내일 아침의 회의에서 더 인간다운 아이디어를 탄생시킨다.
길에서 우연히 들린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중학생의 어깻짓도 시선을 의식한다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 자유로움이 공기를 타고 퍼져 지나가는 어른들의 걸음에 잊고 있던 탄력을 되돌려준다.
사랑에 빠져 밤새 메시지를 기다리는 마음도 생산성과는 정반대에 있지만 그 설렘이 만든 불면의 시간들이 세상에 없던 언어를 발명한다.
우리는 무모하게 꽃을 심고,
무모하게 시를 쓰고,
무모하게 야식을 먹고,
무모하게 꿈을 꾸고,
무모하게 사랑을 한다.
그리고 그 작은 무모함들이 쌓이고 쌓여서 언젠가 알고리즘이 계산하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낭만은 언제나 무모하다. 하지만 그 무모함 없이는 세상은 그저 돌아가기만 할 뿐 결코 변하지 않는다.
무모해도 낭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