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하게
끈적이게
치덕하게
질퍽하게
미련맞게
쭈글하게
찰박하게
찌부러져
붙어 있을걸
한때는 바람에 쿨하게 실려
날아가던 낙엽이었지.
가벼웠던, 떠나기도 쉬웠던 그때
이렇게 땅에 눌릴 줄 몰랐어
이제는 후회인 걸까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흩어지던 그때가
차라리 좋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질퍽한 땅 위에
미련스레 눌러붙어,
흔적을 남겨 버린 걸
바람이 다시 불어도
더 이상 흔들릴 힘조차 없는 나
쿨하게 떠났던 순간들이
오히려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까 두려워,
찌부러진 이 자리에
붙어 남아있는 게
진짜인 걸까
마른 날이 오면
남겨질 자국도 없이
모두 사라질까
미동조차 없는
비오는 날 낙엽처럼
붙어 있으면
땅은 기억해주겠지
끝내 지워지지 않을,
내 흔적을